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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충덕 Oct 13. 2023

그대도 틀딱이 된다

여러  권의 책들을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엮는 주제 서평

   베이비 붐 세대 막내의 자격으로 이 땅의 베이비 붐 세대와 선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래도 잘 살아왔으니 됐어요라고. 


   <말테의 수기>에서 말테 어머니가 말한다. “인생에서 초보자를 위한 학급 같은 것은 없어. 세상은 우리에게 늘 다짜고짜로 가장 어려운 것을 요구하거든.” 이 땅에 태어나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으로 살아온 베이비 붐 세대가 겪었을 쉽지 않았던 여정을 위로하는 말이 아닐까. 한국전쟁 이후 사회가 안정되고 먹고사는 문제가 나아지니 부모님 세대들이 출산을 미루어 두었다가 다산을 선물한 거다. 개인적인 출생이야 큰 복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베이비 붐 세대들은 여러 난관을 거쳐야 했다. 콩나물교실에서 공부해야 했고, 대학에서는 졸업정원제 때문에 공부해야만 했고, 결혼하니 집값은 높아만 갔고, 직장은 동료와 협조와 경쟁, 승진은 유례없는 경쟁이고, 퇴직 후에는 노인 천지인 세상에서 살아야 하니 요양원에 가는 것도 경쟁해야 할 듯하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취업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 때는 취업이라도 비교적 쉬웠으니 다행이다.


   베이비 붐 세대가 초고령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제연합(UN)의 기준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자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빨라 2000년에 고령자 인구 비율이 7.2%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2022년 고령 인구가 사상 첫 900만 명을 돌파, 2025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 고령화를 겪는 사회는 노동력 부족, 생산성 저하 등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노인 부양비 상승과 의료 및 복지 비용 증가 등의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이들은 민주화에 힘쓰며 경제 성장이 가져다준 풍요로움을 누렸고, 교육 수준도 높아진 세대다. 고령 인구가 살아갈 삶의 방향성을 생각하고 떠나기 전 남길 것은 무엇인가 고민해 볼 때다. <일침>은 인생이 푸짐해지고 세상이 아름다워지려면 실용과 쓸모의 잣대를 버리고, 지금보다 쓸데없는 말, 한가로운 일은 훨씬 더 많이 하라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100세까지 사는 일이 몹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작정 오래 살게 돼 기뻐할 수 없다. 삶의 질이 뒷받침되지 않은 장수는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시대를 살며  누구에게나 닥칠 후반부를  어떻게 꾸밀 것이고 ,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 해답을 찾으려 한다.


정해진 미래

   <정해진 미래>에서 정해진이란 인구학적 관점에서 예측 가능한 이란 의미다. 60년대부터 정부는 강력한 감성적 접근으로 출산율을 떨어뜨렸다. 1983년에 출산율이 2.0으로 떨어졌고, 2002년 출산율은 1.24까지 떨어진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알면서도 안이한 인구정책으로 허송세월하고 1996년이 돼서야 가족계획 정책을 포기했다. 출산율이 2.0일 때 정신을 차려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정부는 인구 관련 부서조차 없애버렸다. 다행히 노무현 정부에서 저출산의 심각성을 정책에 반영하게 되었다. 저출산 세대가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는 시기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문제를 예상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구 절벽이란 앞 세대보다 인구 규모가 작은 세대가 출현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사회는 2018년 이후 인구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의 인구구조와 비슷한 한국은 일본이 경험한 디플레이션이 남의 일이 아니니 타산지석으로 삼아 준비해야 한다.

   낮은 출산율로 보아 미래가 불투명하고, 1, 2인 가구는 증가하나 4인 가족은 줄어든다. 저출산 시대에 아동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 초등교사 과잉이 예견되며, 유망하다는 직업인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의 퇴직 시기가 최대한 늦어질 것이다. 월급의 1/3을 학원비로 지출하는 것은 무모하며, 군대도 변화해야 한다. 인구학적 관점에서 인구가 줄어든다고 취업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본격적인 빈익빈 부익부는 은퇴 후에 시작된다. 개인이든 국가든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 세대 간 경제, 정치적 다툼이 예견된다.

   미래 생존 전략으로 저출산 문제를 풀려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힘들어도 해내야 할 상식이다. 덧붙여 남자는 평균 여자보다 7년 일찍 죽는다. 남아있을 여자를 위한 대책은 개인 차원에 맡겨둘 일이 아니다. 

고령 사회를 준비하며 이웃인 일본, 서구사회와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일본의 인구 고령화

   일본의 인구 고령화 현황과 책에 표현된 삶의 모습을 본다아쉽게도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과 해답은 명확하지 않다.

   장수의 악몽을 그린 <노후파산>은 고령자의 현실을 다룬 NHK 르포르타주다. 프로그램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연금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고 필사적으로 일해 왔어도 노후는 보답받지 못한다. 생활보장을 받을 수 없고 병원에 갈 돈도 없다. 노인은 지금까지 내 인생은 뭐였냐며 살아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돌봄 서비스에 드는 돈도 아끼고 싶고, 홀로 짊어지기엔 너무나 거대한 외로움을 버틴다. 서서히 다가오는 노후파산의 공포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친 재앙이다. 농촌에 노후파산이 퍼지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이 있어도 노후파산을 피할 수 없다는 사례를 보여 준다.

   우리와 인구구조가 비슷한 일본은 무연사회란 단어를 사용한다. <사람은 홀로 죽는다>는 일본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미 우리 곁에 가깝게 와 있는 초고령 사회를 예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제 발전이 일본이 간 길을 따라가고 있어 일본에서 나타나는 고독사, 무연사가 우리에게 남의 일은 아니다. 결론은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무연사회도 두려워하지 말자고 한다.

   83세로 아내를 암으로 먼저 보낸 후 세 딸과 아들이 있음에도 혼자 살아가는 일본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버지의 부엌>이다. 50이 되어 독신으로 살아가는 셋째 딸이 아버지를 모시고 살기가 곤란한 현실에서, 아버지가 혼자서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고, 싸우고, 화해하는 이야기다. 늙을수록 깨끗하게 살고, 소일거리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 준다. 아파트에 수백 가구가 살지만 남의 집에 가본 적도 와준 적도 없는 현재의 우리네 아파트 생활방식은 노년에 혼자 살기에 더욱 외로움만 키워갈 것이 뻔하다. 

   인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이란 없다. 인간은 최후까지 불완전한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생은 계획된 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젊을 수는 없어 언젠가는 노인이 되니 받아들여야 한다.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베풀고 매사에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이 되어 여기저기 탈이 나고,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노심초사하지 말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그게 인생 아닐까 하는 의견이다.      


노년의 대비

   서양에서 대학교의 연구 프로젝트로, 철학자는 자신의 철학으로 노년기 삶의 방향을 이야기한다. 

   빠르게 변하는 우리 사회에서 조만간 사라져 갈 것들이 보인다. 경험자 세대가 사라지고 나면 전혀 다른 한국 사회가 될지 모른다. 그들이 떠나기 전 무언가 그들의 경험, 흔적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런 맥락에서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은 노년의 반성이자 새로운 세대에게 주는 조언에 귀 기울여 본다. 가치관이 같거나 비슷한 동반자를 고르는 것이 결혼 생활을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돈도 명예도 아닌, 같은 가치관이 중요하다. 행복하게 아침을 맞으려면 평생 하고픈 일을 찾으라 조언한다. 그것이 몇 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에 대하여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깨물면 유독 아픈 손가락을 드러내지는 말라 한다. 몸의 멍은 지워지지만, 가슴의 멍은 평생 남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계의 균열만은 피하라고 한다. 자녀와의 관계는 평생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육아에 관한 조언이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공감하는 부분은 하강의 미학이다. 나이 듦에 대하여 조언하는데 건강에 해로운 짓을 한다고 해서 일찍 죽는 것이 아니라, 몇 년 혹은 몇십 년을 만성 질병으로 고통받을 수도 있다는 걸 이야기한다.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건강을 챙기라 한다. 나이 먹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니 아직 오지도 않은 죽음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정직하고, 기회가 묻거든 ‘네!’하고 대답하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로 지금 하라고 조언한다. 시간은 삶의 본질인데 걱정은 시간을 죽인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니 오늘 하루에만 집중하라는 등 기억하고 싶은 조언들을 담고 있다.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그들에게 있었다>는 실패나 성공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고 무엇에 포부를 품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라 한다. 차이를 만들고 싶은가? 일과 삶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가? 회사나 공동체, 가족에게 뭔가 흔적을 남기고 싶은가? 당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위해 보여 주고 싶은 그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10년 뒤에 시도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무엇인가를 시도하자 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 밤에 잠 못 드는 이유에 대해 적어보라는 구본형의 <낯선 곳에서의 아침>에서 하려는 이야기와 같다. 현상유지에 드는 비용이 변화가 주는 위험보다 클 때 변화가 일어난다. 새로운 울타리를 찾는 자가 살아남는다. 오늘의 문제를 푸는 것은 어제의 낡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나간다는 뜻이다. 현금의 흐름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의 흐름이다. 정서적인 평형상태를 잘 유지하기 위해 나 자신과 고통스럽고 끝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 거절을 잘 받아들이면 축복이 된다. 거절을 당했을 때 이것을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아름다운 우정의 시작이다.     

   

   사람들이 겪는 많은 수의 불안 또는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시작된다. 노년에도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단점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좋아하지 말자’라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열등감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해석이다. 건전한 열등감이란 타인과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나와 비교해서 생기는 것이다. 지금의 나보다 앞서 나가려는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다. 인간관계를 경쟁으로 바라보고 타인의 행복을 나의 패배로 여기기 때문에 축복받지 못한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 권력투쟁에서 물러나는 것, 사과하는 것이 전부 패배는 아니다. 이는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아들러의 심리학이 전하는 말이다. 개인이 사회적 존재로 살고자 할 때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 그것이 인생의 과제다. 아들러 심리학은 타인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기 위한 심리학이다. 인간은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사랑을 실감할 수 있다.     

   

   65년 이상 살아온 700명의 노인들과 인터뷰를 통해 얻은 삶, 사랑, 그리고 사람에 대한 30가지 지혜를 담아 <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이 만들어졌다. 지혜를 담은 이 책은 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의 하나다. 노년을 맞이하는 세대뿐 아니라 자녀 세대에게 조언할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다. 몇 가지를 펼치면 다음과 같다.

   “그 사람이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라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인생의 현자들은 마음의 소리를 따르라고 조언한다. 평생을 함께 산다는 건 젊은 날의 낭만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 결혼은 일생을 건 모험과도 같기에 파트너가 어떤 사람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결혼을 성공으로 이끄는 힘이 바로 두 사람의 가치관이다. 두 사람의 생각이 하나의 삶을 위해 포개질 때다. 결혼이란 두 사람이 아닌 두 집안의 결합이라고 강조한다. 결혼 생활은 배우자만의 문제가 아닌 집안의 문제로 좌지우지될 때가 많다. 중심축은 부부라는 걸 기억하자. 오랜 결혼 생활의 비결은 하나같이 ‘대화’하라고 강조한다. 대화 부족은 결혼 생활을 망치는 주범이니, 서로 간에 감정을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말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결혼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또한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 가까울수록 예의가 필요하니, 가장 가까운 파트너에게 최선을 다해 예의를 갖추라고 조언한다.     

   

   톨스토이가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책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다. 인간 삶의 밑바탕은 비슷한가 보다. 톨스토이의 글에서 공자의 말과 같은 것이 여럿 보인다. 공자가 가장 싫어했다는 ‘교언영색’과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와 같은 내용이 있다. ‘심부재언’에서 ‘심’을 ‘영혼’으로만 바꾸면 톨스토이가 한 말과 같다. 

   톨스토이의 말에서 공감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오만하지 마라. 분노하지 마라. 오만과 분노는 자신을 망치는 길이다. 인생은 혼자 결정해야 한다. 독립적인 삶을 살아라.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마라. 사람은 늘 변한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 태어났다. 고통이 주는 의미를 긍정적으로 풀어준다. 영혼을 살 찌우기 위해 육체를 희생하라. 침묵이 말 잘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소중함을 기억하라. 노동이 갖는 의미를 강조한다. 소박한 삶을 살아가라 현명함이란 질문하고 듣는 태도가 바라야 하며, 침묵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일수록 단순한 언어로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      


   레비나스 철학의 근본 물음은 1500년 동안이나 크리스트교 복음을 믿어왔는데 어떻게, 2차 대전에서 엄청난 살상과 파괴를 자행할 수 있었나?로 귀결한다. 레비나스에게 있어 사랑은 언어와 더불어 타자와 관계할 수 있는 방식이다. 생산성을 통해 인간은 자기 자신의 유한성으로부터 구원받는다. 아이의 출산으로 완전히 새로운 미래,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시간은 아이를 통해 다시 젊어지고 푸르름을 띠게 된다.     

   

   죽음은 언젠가 누구에게나 온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인생의 비루함은 사랑받았던 기억으로 이겨낸다. 인생은 과정의 연속일 뿐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니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 성공이다. 올라갈 때 내려올 때를 준비해야 한다. 젊었을 때뿐 아니라 늙어서도 재미있게 살려면, 세월의 흐름을 인정하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한근태는 노년은 현자에게 황금기라며 <독서일기>에서 글쓰기로 자신을 만들자 한다.      

   김형석의 <백 년을 살아보니>는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고,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경제적으로는 생활의 기초필요조건을 갖춘 중산층이면 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감정이 아름다운 여자로 사는 삶과 욕심보다 지혜, 지혜보다 자녀 사랑이 자연스러운 자녀의 성장을 이끄는 부모의 역할이라고 경험을 풀어놓는다. 죽음은 자연의 섭리이니 누가 오래 살았는가를 묻기보다는 무엇을 남겨주었는가를 묻는 것이 역사다. 늙음은 말없이 찾아온다니 그리 알아둘 일이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며 공부하거나 취미 생활하거나 봉사활동 하란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나를 장례 지내는 것은 황홀한 삶의 시작이라 한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여 세계를 낯설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철학이 비로소 시작된다. 호기심과 관심이 있어야 문제를 의식한다. 자기와 만나는 방법으로 저자가 추천하는 것은 ‘글쓰기’, ‘운동’, ‘낭송’이다.

봄을 개념으로 말하지 말고, 붐이 일어나는 사건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 둘 사이에 나타나는 성숙과 인격의 깊이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욕망은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전선이다. 이는 김정운이 말하는 남자라면 중년 이후라도 수컷의 향기를 내뿜어야 한다와 같은 맥락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개인사를 통해서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좋은 기준이 된다고 생각해 옮긴다. 죽음의 위기를 몇 차례 넘기며 깨달은 것들이다. 며느리에게 거절하는 법부터 가르쳤고 아플 때도 당당했다. 일흔 넘어서 시작한 공부가 제일 재미있었고, 무모하게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 나이 들면 약해진다는 생각부터 버리고, 자식의 인생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젊은이를 가르치려 들지 말고, 남에게 뒤처질까 봐 조바심 내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사소한 분노를 잘 다스려야 한다. 잘 쉬는 연습을 하고 더 늦기 전에 노년의 삶을 그려보라. 우리에게 딱 맞는 인생 선배의 교훈이라 생각하며 내 연배라면 더 늦기 전에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이 방향을 잡는 데 참고가 될 듯하다.

   사하시 게이죠가 지은 노년의 아버지가 벌인 홀로서기 투쟁기인 <아버지의 부엌>이 아내를 먼저 보낸 인생 선임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마음 찡하게 하듯이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선 내게 어떤 고전보다 재미와 가르침은 주는 에세이다. 칼 필레머의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 많은 노인의 인생 경험으로부터 우러난 보편적인 삶의 방향을 안내한다.


기성세대의 당부

   고령 사회를 지나 초고령 사회로 진입을 앞두고, 퇴직하여 부양받아야 하는 베이비 붐 세대의 삶에 박수를 보낸다. 전통 농업 사회라면 부양받음이 자연스러운 일이나 산업 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의 노년에게 부양받는 일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와 비슷한 인구구조를 가진 일본은 이미 무연사회를 경험하며 각자도생 하는 노인들이 등장한다.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려움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제쳐놓고 정신적인 태도와 삶의 자세를 생각한다. 철학자와 사상가 혹은 대학의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노년의 삶에 필요한 것 중에서 공통적인 것이 있다. 루쉰은 신세대가 기성세대의 주검을 밟고 앞으로 나가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기성세대인 베이비 붐 세대의 남은 인생 여정에 몇 가지를 염두에 두면 좋겠다.     

   하나는 이제 노인이니 일을 포기하고 아무렇게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새롭게 무엇인가 시도해야 한다. 취미 생활이든 글쓰기든 손주 돌보기든 그 일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무위의 고통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 공자가 말하기를 삼군의 병력으로부터도 장수를 빼앗을 수 있으나, 초라한 필부에게서도 그 뜻을 빼앗을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보여 주는 공자의 명언이다. 나이는 들었어도 정신을 놓은 것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자식에게 의존하려 하지 말자는 것이다. 나아가 자녀들의 삶을 이끌기보다 응원하는 일이다. 칼릴 지브란의 표현처럼 기성세대는 활이 되어야 한다.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그 자체를 갈망하는 생명의 아들, 딸이다. 그들은 당신을 통해 태어났지만, 당신에게서 온 것이 아니다.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을 줄지라도, 당신의 생각을 줄 수 없다. 왜냐면 그들은 자기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당신은 그들을 애써 닮으려 해도 좋으나, 그들을 당신과 같은 사람으로 만들려고 해선 안 된다. 왜냐면 인생은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니며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당신은 활이 되어 살아 있는 화살인 당신의 아이들을 미래로 날려 보내야 한다. (하략)”     


   저출산 시대를 경험하며, 아이를 기를 최적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전한다. 먼저 떠날 사람들이 젊은이에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결론으로 해 주고 싶은 말을 대신해 본다.


“자식을 갖는 것과 같은 경험은 이 세상 어느 것과도 다르다. 그 경험을 대신할 만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한다.”     


   이외에도, 새로운 노인상을 만들 의무와 능력이 있으니, 진영을 나누어 토론하지 않고 비난만 하는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 21세기에 필요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쉬지 않고 배우는 노력과 건전한 정치참여는 계속해야 할 일이다. 비록 산업화와 민주화에 공헌한 세대일지라도 틀딱이라 조롱받는 것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역사는 그렇게 시공간을 채워왔다. 젊은 후배들이여 그대들도 머지않아 틀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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