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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Nov 22. 2023

노을


 노을을 감상하기 좋은 가을의 어느 날. 멀리 있는 산의 능선을 비추는 햇살을 보며 문득 사색에 빠지게 되었다.


 같은 하루에 머무는 햇살이지만 시간에 따라 다른 곳을 바라보는 태양의 모습. 나는, 떠오를 때는 가야 할 길을 비추고 져갈 때는 지나온 길을 비추는 태양의 시선을 보며, 사람도 시기에 따라 바라보는 곳이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통 사람은 청소년기와 같이 찬란히 떠오르는 순간이 되면, 앞으로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 또 내가 나아가야 할 곳들을 더 많이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 저무는 때가 오면, 그동안 자신이 이루어왔던 것들과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서 걸어온 길을 아련하게 바라보곤 한다.


 '삶'이라고 하는, 시작과 끝이 있는 하루에 벌어지는 당연하고도 씁쓸한 변화. 나는 지금의 내가 바라보는 곳이 어디인가를 떠올리며, 내가 이 긴 하루 속에서 어떤 시간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본다. 그리고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에 대한 의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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