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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Nov 24. 2023

무관심의 의미


 어느 선생님께서 연말을 맞아 아이들에게 1년간의 출석 현황을 확인시키시던 도중 한 학생의 이름이 나오자 한숨을 푹 쉬셨다. 그러고는 아이들에게 "00이 지금 자고 있지? 깨우지 마 그냥 내가 사인하면 돼."라고 차갑게 얘기하시며 다음 차례의 학생을 불렀다. 관심에서 벗어나 대놓고 무시를 받는 학생. 그 학생이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대해지는 것은 평소의 행실이 원인이었다.


 그는 1년 중 등교 시간을 아득히 넘어선 지각을 자주 한 것은 물론이었고 수업 도중 교실을 나간다거나, 자주 어울려 다니는 친구와 함께 몰래 학교 담을 넘어 도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학생부 선생님께서 이를 바로잡고자 엄하게 지도를 하였지만 몇 달이 지나도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결국 끝에 와서는 어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확정이 되었는지 선생님들의 통제에 더 따르지 않게 되었고, 이에 참다 참다 화가 난 선생님들이 거의 없는 사람인 것처럼 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누군가의 무관심은 한 사람을 완전히 신뢰를 하고 있거나 혹은 완전히 마음이 떠나야지만이 겪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닐까라고. 아마도 문제아 취급을 받는 그 학생은 선생님들이 자신을 건들지 않는 이 상황을 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깨닫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무관심은 한겨울에 부는 바람보다 차갑다는 것을.


 어린 시절에는 곁에 남은 소수의 지인들 혹은 친구 몇 명이랑만 잘 지내도 인간관계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과 어울리지 않으면 올바르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더 절실히 느끼곤 한다. 더욱이 그런 공동체 속에서 무시를 당하는 행위는 그리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깨달음조차도.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줄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곡예사의 발걸음처럼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기분에 따라 행동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 때문에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지는 않을까? 오늘의 경험은 그동안의 내 모습을 반성해 보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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