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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Oct 18. 2020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던 밤


언젠가 블라디보스톡을 향해 가던 밤, 끝도 없는 망망대해 위에서 나는 날카롭게 일렁이는 흑요석을 보았다. 이 넓은 공간을 비추는 것이라고는 오직 달빛뿐이었던 적적한 바다 위에서 나는 흔들릴 때마다 검게 반짝이는 희망을 보았다.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도 가만히 서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은 비단 나를 실은 이 배뿐만이 아닐 것이라. 비워서 돌아갈 것인지, 채워서 돌아갈 것인지 무엇 하나 정하지 못하고 먼 항구에 닿기만을 기대했던 밤. 나는 달빛에 쪼개지는 나의 시간들을 생각하며 지난날의 내 모습을 하나둘 비워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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