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그리 아등바등 살고 있는가 싶은 요즘이다. 살면서 필요하다 싶은 것들을 있는 힘껏 붙잡아 보았지만, 돌이켜보면 오랜 시간의 노력에도 저절로 내게 머무르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굳은살만 잔뜩 남은 내 손이 가여워 살짝 힘을 풀어보았는데, 내가 붙잡고 있었던 것들은 내가 힘을 완전히 빼는 순간, 닻줄 하나 없이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그냥 흘러가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무기력증에 천천히 잠식되어 가서 그런 걸까? 이제는 예전처럼 모든 일에 온 힘을 다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해서 얻게 되는 답이 있으면, 반대로 느슨하게 살아서 얻게 되는 현명함도 있지 않을까? 밀물과 썰물처럼, 멀어지려는 흐름이 끝나면 나에게 가까워지려는 흐름도 있을 테니 그걸 믿어보자고 다짐하게 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