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장난감을 사달라며 투정 부리는 아이를 보며 문득 생각했다. 나도 어린 시절 부모님께 떼를 많이 썼을 텐데, 왜 그 기억은 전체가 아닌 극히 일부분만 지금 남아있는지를.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내가 추정해 볼 수 있는 것은 그 행동이 어린 나이에 습관적으로 했던 것이어서 그랬지 않나 싶다. 너무 자주 일어났던 일이기에 내 스스로가 그리 특별하게 기억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러고 보면 습관처럼 하는 일들은 전부, 기억이라는 공간 안에서 그리 많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밥을 먹거나 산책을 하거나 하는 그런 일상적인 일들이 대표적으로 그런 것이다.
악행을 습관처럼 저지르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해서 잘 떠올리지 못한다. 반대로 선행을 자주 하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좋은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이 둘 중 어디에 더 가깝게 살아온 사람일까? 당연히 좋은 사람이길 바라지만,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퍽 두려워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