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교정을 걷다가 칠이 벗겨진 채 화단을 지키고 있는 난간을 보게 되었다. 긴 세월을 버텨온 탓인지 몇 번이고 페인트를 다시 칠한 흔적이 보였지만, 그 사이로 드러난 철근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굳건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잠시 생각했다. 외면에 덧씌운 색깔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벗겨지거나 변하게 되지만 그 안의 단단한 재질은 그대로 남게 된다는 것을. 어찌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외면을 가꾸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결국 겉에 두른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빛을 잃고 희미해진다. 하지만 자신의 신념이나 도덕성과 같은 부분들은 시간이 흘러도 나와 타인의 마음에 그대로 남는다.
화려한 겉치레를 위해 많은 시간을 쏟지 말자.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사유하게 하는 굳건한 내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