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졸업식

by 그리다

얼마 전, 학교에서는 졸업식이 있었다. 학생들은 졸업이라는 감동 때문인지 저마다 미소를 띠며 부모님과 함께 사진을 찍기 바빴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가족과 점심을 먹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운동장을 가로질러 갔다. 그런데 그중에서 몇몇은 감사하게도 도서실로 찾아와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어떤 학생은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고등학교에서 보았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건네고서 자리를 떠났고, 또 어떤 학생은 부모님과 함께 도서실로 와서는 나에게 커다란 꽃다발을 건넸다. 그리고 또 어떤 학생은 무척이나 긴 아쉬움이 있었던 것인지, 눈물을 보이면서 "3년 동안 정말 죄송하고, 감사했습니다."라며 나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갔다.



한 졸업생이 준 꽃다발



아이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정적이 내려앉은 학교. 나는 텅 비어버린 운동장을 바라보며 잠시 사색에 잠겼다. 매년 있어온 행사였기에 언제나 담담한 느낌이었지만 이번 졸업식은 무언가 다르게 다가왔다. 어쩌다 보니 나도 졸업생들처럼 다른 학교로 전보를 가야 하는 시기가 와버렸고, 함께 4~5년을 보냈던 선생님들 또한 하나둘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시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도 차오르고, 한편으로는 '사람의 정이라는 것이, 긴 시간 동안 아주 천천히 물드는 것이구나'라는 깨달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지난날을 곱씹어보면 학교에서의 첫 1년은 나와 아이들이 서로를 낯설어하면서 빠르게 지나갔었다. 2년 차에는 업무에 쫓기며 그냥저냥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했었다. 3년 차가 되니, 그제야 익숙함이 생겨 아이들과 친근함을 주고받았고, 4년 차가 되면서부터는 한층 여유가 생겨 그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내 마음에는 알게 모르게 그리움이라는 페인트가 덧씌워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내 마음에 덧칠된 그 두꺼운 무언가가, '소중함'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아마도 다른 학교에 가게 되면, 내가 겪었던 지난 일들이 쳇바퀴처럼 반복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흐려져 가던 추억들이 다시금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과 새것을 맞이해야 한다는 설렘이 공존하는 하루. 어찌 보면 이날은 학생들뿐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졸업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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