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수업으로 인해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면 나에게 꼭 묻는 것이 있다.
"선생님, 혹시 그림이 많은 책은 없어요?"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대개 수행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국어 교과 선생님은 그런 수행평가에 쓸 적당한 책을 미리 골라둔 뒤, 아이들에게 공지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선정된 책들이 그리 두껍지 않음에도 잘 읽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의 편법처럼, 같은 내용이지만 만화가 삽입된 책이 있는지를 나에게 곧잘 묻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찾아주는 것은 나의 일이기에, 그리 특별한 일상은 아니다. 다만, 사서로써 흥미로운 것은 해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이 점점 더 긴 글에 적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금 성인이 된 초창기의 아이들은 적당한 분량의 고전이라면 막힘없이 글을 읽어 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청소년용으로 만들어진 짧은 고전이나 만화로 된 문학 작품도 버거워한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곤 도서관 사서로써, 이런 세태를 어떻게 적응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이런 변화는 비단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는데, 선생님들 또한 종종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하곤 했다.
"시험 문제를 냈는데, 아이들이 한 줄도 안 되는 그 지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를 못 풀더라고요."
"되게 흔하게 쓰이는 한자 단어인데, 그걸 몰라서 수업시간에 저한테 되묻곤 합니다."
나는 이런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짧은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의 문화가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분 밖에 되지 않는 영상에도 지루함을 느껴서 짧은 영상을 찾고, 또 그 영상에서 무언가를 배우기보다 그저 '재밌다', '재미없다.'라는 감정만 단편적으로 소비하는 아이들. 나는 그런 행위들이 반복됨으로써 아이들이 점점 긴 정보를 꺼리게 되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떠올려보면, 과거에도 비슷한 매체인 TV가 있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종이책과 라디오도 문화생활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나란히 나아갔었다. 그래서 그런지 눈으로 볼 수 없는 정보들을 스스로 상상하고, 고민하는 것이 이전 세대들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하게 익힐 수 있는 정보들이 많아지고, 그 형태 또한 화려해지면서, 이전처럼 '저것은 무슨 의미를 담아냈을까?'라는 사색을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너머에서 이롭지 않은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들 또한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또 다른 걱정으로 다가온다.
페이지의 절반이 그림으로 되어있고, 글자는 10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도서임에도 "이 책은 글이 너무 많아요."라고 투덜거리는 아이들. 나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에 고개를 들어 긴 숨을 내쉬어본다. 글자가 넘쳐나는 이 도서관이, 장차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공간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