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평온함이 곧 행복이다

by 그리다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보면 그 수가 너무 많아서 그저 웃음이 지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행복은 주변 사람들 덕분에 올 때도 있고, 어떤 물건 때문에 오기도 하며, 때로는 내가 직접 노력하여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이라는 틀을 설정해 두고 행복을 떠올려보면 그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왜냐하면 세상에 있는 맛난 음식들에도 짠맛이 나는 것과 단맛이 나는 것이 구분되어 있듯이, 행복도 그 색깔이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보통 일상에서는 사람을 만나거나 스포츠 활동 등을 통해 얻는 '생동감 있는 행복'과 정적이고 잔잔한 활동을 통해서 얻는 '고요한 행복'이 있는데, 나는 이 중에서 후자를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다.


고요한 행복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 문장으로 축약해 보면 '내 삶에 존재하는 작은 부분들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이 혀 끝에 닿았을 때 주는, 복잡 미묘한 행복감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적당히 따스한 어느 공간 안에서 책을 읽을 때에, 책장을 넘기며 나는 그 '사라락'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또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때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와 마른 풀내음을 맡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외진 곳에서 흐르는 개울물을 첨벙거려 보면서 손 끝에 닿는 차가움과 그 찰랑거림을 느껴볼 수 있다는 것.


나는 이런 오감을 자극하는 미세한 행복들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고요한 행복을 조금 더 선호한다.


또 이런 행복을 좋아하는 이유를 꼽아보라라고 한다면, 반대의 색깔을 가진, 활동적인 행복을 즐길 때에 오는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활동적인 행복은 보통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집단에 속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에는 그보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 없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스트레스는 나와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날 때 주로 발생한다.


사람을 만나면 상대방이 가진 여러 가지 특징이나 정보들을 잔뜩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 (이것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하는 불필요한 직관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렇게 밀려오는 정보들 때문에 짙은 피로감이 발생한다는 것 등이 내가 활동적인 행복을 즐기지 않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활동적인 행복을 즐길 때 가끔씩,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이 가끔 생긴다는 것도 내가 그 행복을 가까이하지 않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화합을 중요시 여기는 나는, 대개 만나는 사람들과 화목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해당 집단 안에서 누군가 다투는 일이 생긴다거나 언성이 높아지는 일이 발생하면 그 순간부터 나에게는 마라톤을 완주한 것과 같은, 지치는 상태가 찾아온다.


이 힘든 상황에서의 스트레스는 거센 바람처럼 몸과 마음 양쪽에서 불어닥치는데, 지속되는 시간도 꽤 길어서 어떤 때는 하루 종일 잠을 잔다거나 별도의 회복을 해야 하는 날도 있다. 따라서 나는 이런 여러 가지 상황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활동적인 행복보다는 정적인 행복을 선호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어제와 비슷하게 반복되는, 어찌 보면 지루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또한 이런 날들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하루하루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또 그에 맞게 노력한다.


하늘로 높이 차올린 축구공처럼 제멋대로 튀는 일이 없이, 그저 느리고 소박하기만 한 일상들. 나에게 있어서 행복은, 역시나 이런 평온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불편함이 불행함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