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졸업과 임관을 함께 앞두고 있던 대학교 4학년 시절. 나는 친구의 추천으로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 가게에 알바를 하러 갔다.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일을 하게 되는 터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가게로 향했는데, 근로계약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사람들이 햄버거를 먹고 있는 홀의 끄트머리로 가서 10분 정도 간단하게 면접을 본 뒤에, 두 장 정도 되는 종이에 사인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정말 신기했던 것은 그 순간부터 바로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면접을 보던 매니저는 사인이 된 서류를 챙기면서 주방에 있던 다른 매니저를 불렀다. 그러자 잠시 뒤, 뚱뚱한 체형에 뿔테안경을 낀, 짧은 머리의 남자가 뒤뚱거리며 다가왔다. 신입의 교육을 부탁한다는 말을 들은 그는 나를 힐끔 보더니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방법들을 대충 설명하기 시작했다.
"냉동고는 2층 계단 옆에 있고요, 햄버거는 저기 레시피가 있으니까 그대로 만드시면 되고..."
그는 출퇴근을 하는 방법부터, 청소,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방법들을 순식간에 설명을 했다. 그러고는 몇 분 뒤, 이제부터 직접 하라는 식으로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3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너무도 많은 정보들을 들어서 머릿속으로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 의지를 다졌다. 내부 구조는 일을 하면서 외우면 되고, 재료 손질도 조금만 익히면 숙련도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햄버거 가게에서의 일은, 주문한 햄버거가 나오는 시간만큼이나 나를 닦달했다.
저녁시간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몰려드는데, 일을 하는 사람은 나와 그 뚱뚱한 매니저 한 명뿐인 상황. 그런데 그는, 일을 함께 하기는커녕, 햄버거를 조립하는 테이블 앞에 우두커니 서서 손짓으로 나에게 이것저것을 시켰다. 그 때문에 나는 12장이 넘는 고기 패티를 굽다가 튀김기로 뛰어가서 치킨 패티를 왕창 튀기고, 다시 뛰어와서는 토마토와 채소를 썰고, 이어서 손님들이 이용한 식기들을 세척기에 넣어 청소를 하는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를 정도의 일을 홀로 해낼 수밖에 없었다.
30분 전까지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바빠진 내 모습. 나는 인스턴트로 조리된 요리처럼, '더 빨리!'라는 단어가 강제로 주입되는 환경 속에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렇게 어찌어찌 퇴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날. '오늘은 더 잘하자.'라는 의지를 다지며 앞치마를 입고 있는데 주방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야 뭐해! 빨리 일로와!"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뛰어가 보니, 어제 있던 그 뚱뚱한 매니저가 상기된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어제와 다르게 반말을 툭툭 내뱉으며 나를 하대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서로 얼굴을 본 시간이 고작해야 2시간도 채 안 되는데, 왜 저 사람은 나에게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거지? 그리고 왜 짜증을 낼까?'
갑자기 시작된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의문이 생겼지만, 나는 일단 묵묵히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어제처럼 부족한 재료들을 냉동실에서 꺼내고, 미리 패티와 재료들을 준비하여 트레이에 담기 시작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 동안 바쁘게 업무 준비를 하느라 집중을 하고 있던 그때, 옆에서 무언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야 저 새끼 튀김기 앞에서 저렇게 가만히 있는 거 봐봐. 병신이 저 상태 저대로 다 될 때까지 가만히 있는다니까?"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돌아보니, 그 매니저와 방금 전에 출근한 알바생이 팔짱을 낀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과 나 사이에는 그저 빵을 조립하는 철제 테이블 하나만이 놓여있는 상황. 기껏해야 서로 2미터 남짓밖에 안 떨어진 거리이기에, 그 말이 안 들릴래야 안 들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나는 이 가게에서 일을 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았기에 미숙한 것이 당연한데, 그들이 이 미숙함을 재물로 삼아 나를 비난한다는 것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야 저 새끼 저래놓고 장교 임관한다 하더라, 존나 웃기제?"
이어서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충격적인 비난. 나는 그들의 말이 너무 선명하게 들리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다시 한번 그들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듯,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나에게 비웃음을 선사했다.
그 이후에도 그들은 테이블 앞에 모여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 때마다 내 귀에 다 들리는 뒷담화(?)를 했다.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든지 간에 불필요한 과장을 보태어 그 행동에 대한 흉을 보았다.
나는 필요 이상의 비난에 속상함이 찾아왔지만 이내 나를 다독였다. 어차피 내가 돈을 받고 해야 하는 일은 저들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햄버거를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오롯이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 사람들이 저렇게 못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당한 억울한 일들이 참 많나 보다.'라며 그들을 이해하기로 했다.
그렇게 이유 없는 비난 세례를 버티길 약 두어 달. 나는 끝내 햄버거 가게 일을 그만두었다. 일을 그만하게 된 주된 이유는 앞서 적은 내용과 같이, 매일 겪어야 하는 불편한 상황들 때문이었지만, 나를 추천해 준 친구와 면접을 봤던 매니저님께는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요."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그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귀가를 하면서 한 가지의 깨달음을 마음에 새겼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들 하지만, 들어가는 문턱이 낮은 일자리에는 그만큼 저급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다고. 또한 그들이 잘못된 행동을 반복할수록, 자신이 속한 직업에 대한 이미지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