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와 불꽃

[에세이]

by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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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남자와 여자가 싸울 때는 무언가 느낌이 확연히 다른 것이 느껴졌는데, 나는 이것을 보며 남자는 불꽃과 같이 싸우고 여자는 서리와 같이 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저 남자들의 경우에는 싸움을 시작할 때 마치 부탄가스로 가득 찬 방에서 부싯돌을 튕기듯 무언가 알 수 없는 곳에서 갑자기 돌발적으로 긴장감이 조성되는데 쇠가 달궈지듯 서서히 끌어 오르다가 이내 불꽃처럼 타올라서 끝장을 볼 기세로 격앙이 되고, 가끔은 볼썽사나운 주먹다짐으로 다툼이 마무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불꽃은 꺼지면 이내 차갑게 식듯이, 남자들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서로 겸연쩍게 사과를 하거나 한 잔의 술을 나눔으로써 관계가 다시 돈독해지곤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남자들의 싸움은 불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여자들의 경우에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처럼 싸움이 시작되기 전의 분위기가 매우 서늘하고 매섭다. 한 사람이 다른 이의 약점이나 단점을 필요 이상으로 지적하면 그 당사자도 상대방과 똑같이 말로써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나 잘못을 조곤조곤 읊으며 신경전을 하는데, 표정 변화가 거의 없이 뼈가 들어가 있는 날카로운 말을 주고받고 있는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사이에 흐르는 한기가 마치 눈보라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서리의 경우에는 녹으면 축축한 물기가 남듯, 서로 다투고 난 이후에도 오랜 시간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기억을 곱씹으며 서로를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모습이 약간은 서리가 가지는 특징을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세상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성격과 행동 패턴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 역시나 이 사람은 이렇다, 저 사람은 저렇다 구분 짓기 위해서 이런 생각을 떠올린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싸움을 싫어하고 기분 나쁜 말을 들었더라도 타인의 입장에서 최대한 이해를 해보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탓에 급작스럽게 다툼을 하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해 보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 생각들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사람이란 마치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는 커다란 보따리와 같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모습과 행동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아마도 사람이란 긴 시간을 두고 계속 탐구하고 이해해야 하는 신비스러운 존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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