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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Feb 24. 2021

잘 쓴 글이란 무엇일까

[에세이]


 글 쓰는 것을 취미로 삼는 사람이거나 혹은 글쓰기가 직업인 사람은 오늘도 어떻게 하면 글을 좀 더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가끔은 통일성 있게 글을 쓰는 사람들을 부러워도 할 것이고, 또 가끔은 변화무쌍한 글로써 재치를 뽐내는 사람의 문장을 닮고 싶어 필사도 해보고 비슷하게 써보기도 한다. 하지만 글이란 몇 번의 필사만으로 쉽게 나아지는 것이 아니기에 때로는 제자리걸음과 같은 자신의 필력에 낙담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이와 같이 나를 제련하는 과정 속에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과연 잘 쓴 글이란 무엇일까를.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수 천권의 책을 정리하고, 매일마다 새로운 책을 수십 권씩 등록하여 책장에 넣는 일을 반복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좋은 책이란 딱히 정해진 분량이나 장르 같은 게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 책의 속을 채우고 있는 단어나 문장들 또한 특별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글을 써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똑같이 겪는 상황이지만 가끔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글을 쓰려고 하면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면서 생각했었던 흥미로운 주제가 머릿속에서 실종되는 순간이 있는데, 보통 이럴 때 하는 고민들은 글을 쓸 때 어떤 문체로 써야 할지,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문장의 길이는 적절한지 또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주제를 담고 있는지 등등 일 것이다. 혼자서 이런 생각과 고민을 계속해본들 결국 스스로는 답이 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이럴 때 그냥 서재에 있는 책 중 제목이 끌리는 아무 책을 손에 쥐고 펼쳐보곤 한다. 그러면 항상 거기에는 답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볼 때 그 사람의 생각이나 문체를 깊이 살펴보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글을 쓴 사람의 특징과 문장의 자율성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런 작가들이 가진 색깔에서 가장 명쾌한 답을 찾는다. 그것은 바로, 잘 쓴 글이란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표현하려고 하는 모든 것을 담아낸 글'이라는 것이다.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으면 앞서 말한 내용들처럼 문체나 단어들에 대한 생각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은 나머지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잃어버릴 때가 많은데, 제대로 된 자신만의 글을 남기기 위해서는 그런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기보다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가'를 계속 떠올리며 펜을 놓게 되는 순간까지 계속 자신의 글을 써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완성된 글이 남들이 보기에는 엉성하고 난해하다고 평가를 들을지라도 그 안에 나의 생각과 영혼을 모두 담아내었다면 분명 그 글은 분명 잘 쓰인 글이며, 충분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는 것이라 나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글을 쓰다가 자신의 글에 대한 의문으로 미처 하나의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고 펜을 놓아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에 보이는 다른 유형의 책 서너 권을 함께 읽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집을 잠깐 읽어보고, 소설책도 잠시 봤다가 끝으로 사진이 대부분인 포토북 같은 유형의 책을 읽어보면 글이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 아니며, 문장이 어떻게 되든 말든 그저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글을 쓴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글도 좋지만 내가 나의 글을 인정할 수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 잘 쓰든 못쓰든 이것은 분명 나의 글이며 내가 생각한 모든 것을 담아낸 글이기에 딱히 누군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글을 더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지금 떠오른 소중한 생각들을 흘려보내지 말자. 어떤 글이든 나의 생각을 온전히 담으려 부지런히 노력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도 잘 썼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글들이 손 끝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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