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귀가한다면 15분이면 충분한 길. 나는 일부러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정류장에 내려 한 시간여를 걷는다. 스산한 공기와 바닷소리를 가르며 홀로 걸어가는 길. 이 풍경에서 달라지는 것은 둥글었다 날카로워지기를 반복하는 달의 모습과 하루하루 간조와 만조가 달라지는 바다의 높이뿐이다.
'오늘은 피곤한데 일찍 집에 갈까?', '비도 올 것 같은데 오늘은 그냥 쉴까?' 퇴근을 할 때마다 매번 쉬운 길로 유혹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나는 그런 나와 타협하지 않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완행버스에 성큼 몸을 싣는다. 그러고 나면 이 선택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내 안의 잡음도 빠르게 사그라든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버스 정류장에 내려 걸어갈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다. 변화는 참 귀찮은 일이라고.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함을 안고 가야 하는 어두운 길이라고. 하지만 그런 푸념을 시간 때우기 삼아 나는 계속 걷는다. 노력하지 않으면, 귀찮음을 이겨내지 않으면 저절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