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
길었던 12주의 기간. 드디어 감자를 수확하게 되었다. 조금 일찍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곧 장마철을 맞이하기 때문에 감자가 물러질 것을 방지하여 일찍 수확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 좁은 땅에서 감자가 나와봐야 몇 덩이가 나오겠지 싶었으나 다 캐고 보니 결과물은 끝은 처음 기대했었던 상상을 아득히 넘어서게 되었다.
워낙 감자밭이 협소했기에 크게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처럼 기계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호미로 겉을 훑듯 살살 땅을 파니 감자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위의 사진은 작업이 끝난 후의 땅인데 둔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깊게 파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감자는 보이지 않는 좁은 땅 안에 옹기종기 모여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확이 완료된 감자의 양은 엄청났다. 결과만 따지자면 아이 주먹만 한 감자가 한 포대, 그보다 큰 중형 감자가 두 포대, 그리고 시중에서 보는 엄청나게 큰 감자가 한 포대가 나왔다. 처음 심은 씨감자의 양이 반 포대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8배의 수확량을 달성한 것이다. 감자 하나하나의 사진을 찍으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정도로 많이 나올지도 몰랐고, 혹시나 중간에 관리를 못한 것 때문에 다 죽어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가득했는데 이렇게 훌륭하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주어서 너무나도 감격적이었다.
이후 어머니께서 건네신 "이거 어떻게 다 먹을 건데?"라는 말씀에 살짝 갸우뚱하게 되었다. 내가 구워 먹고 또 여기저기 나눠주더라도 감자가 너무 많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께서는 괜찮은 감자들을 골라서 이모님께 한 포대 정도를 드린다고 하셨는데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말하며 "주변에 더 나눠드릴 곳이 있으면 다 줘도 될 것 같아요"라며 그저 웃었다.
12주 동안의 노력의 결실을 마무리하면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해본다. 처음 내가 먹었던 그 깨달음을 얻었는지 되새겨본다. 농사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는 것과 식물은 굉장히 섬세하다는 사실은 분명히 배운 것 같다. 그리고 새롭게 생겨난 감정들을 어루만져본다.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땅은 위대하다'라는 깨달음. 그리고 생명의 신비로움을 가슴에 남겨본다. 다음에 또 다른 작물을 도전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잠시 동안 이 여운을 즐기고 싶다.
p.s 수박은 이번 주 중 출하가 된다. 크기는 더욱 커지고 속은 실해져서 맛이 좋았다. 부디 우리 수박을 구매한 사람들이 그 달콤함을 함께 맛보았으면 좋겠다.
pp.s 조막만 하던 깨와 고추, 가지, 토마토 등도 많이 자랐다. 이 녀석들은 장마철을 견뎌내야 하기에 시기를 잘 버텨서 또 무럭무럭 자라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