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감자의 생장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이맘때쯤 감자에 꽃이 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자를 재배하고 있던 분들을 보니 감자를 크게 키우기 위해서 감자꽃을 제거해주고 계셔서 나도 얼른 감자밭으로 가서 감자꽃을 제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줄기는 잘 자라나고 있었지만 꽃은 어디에도 피어있지 않았다. 살짝 걱정도 되었다. 덜 자란 것은 아닐지, 혹시 감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지 하고 말이다.
왼쪽 감자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절반 정도가 넘는 감자잎이 쪼그라들어있다. 이전에는 풀약 때문에 끄트머리에 있는 감자들만 조금 풀 죽어 있었는데 저번 주중에 이모님들이 심은 깨를 키운다고 어머니께서 감자밭 옆으로 또 풀약을 친 것이 고랑으로 흘러들어 나의 감자들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 감자밭 옆에 쪼그려 앉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어머니가 "괜찮다. 잎은 그래도 감자는 밑에서 잘 크고 있을 거다."라고 위로를 해주셨지만 나는 쪼그라든 이파리를 매만지며 슬픔을 삼켰다.
그래도 감자가 자라는 것을 확인하기는 하였다. 오른쪽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감자 한 알이 불쑥 흙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것을 보고 나도 '잘 크고 있구나'하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다 자라기도 전에 일찍 햇빛을 본 감자는 '하늘을 본 감자'라고 해서 식용으로 쓸 수는 없지만 나중에 씨감자로 쓰면 적당할 것 같다.
바로 옆에서 함께 자라고 있던 파들은 모두 수확을 했다. 볼품은 없지만 남은 파의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그 이유는 혹시나 파의 꽃과 씨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해서다. 파 사진의 끄트머리에서 까맣게 박혀있는 것들이 파의 씬데, 이걸 뿌리면 밭에서는 또 새로운 파가 자라난다.
수박은 관리를 잘 받아서 그런지 엄청나게 자라 있다. 어머니의 말로는 2주에서 3주 정도 뒤면 수확을 한다고 하셨다. 10년이 넘게 수박을 보고 있지만 그 성장은 참으로 놀랍다. 1달 전까지만 해도 내 손 크기만 했던 것이 이제는 내 팔뚝의 길이를 뛰어넘었을 정도니 말이다. 잘 자란 수박은 큰 마트로 출하가 되고, 중간에 깨지거나 흠이 난 것은 주변에 나눠주거나 집에서 먹는데, 이날 나는 금이 간 수박이 하나 있어서 조금 일찍 수박을 맛보게 되었다.
p.s 이것이 나의 감자에 영향을 주었던, 이모님들의 깨, 고추, 가지, 오이 등의 작물이다. 감자가 풀이 죽은 모습에 애꿎은 깨에게 눈을 흘겼지만 얘도 소중한 생명인데 미워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서 또 한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잘 자랐으면 좋겠다. 함께 크면 이 넓은 밭이 녹색의 싱그러움으로 가득 찰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