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감자밭을 방문했더니 적당히 내린 비와 바람으로 감자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사실 감자는 수분기가 많은 진 땅보다 약간은 물이 잘빠지고 퍼석퍼석한 땅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이번에 내린 비로 인해서 혹시나 뿌리가 썩을까 걱정했지만 이런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감자는 잘 자라주었다.
아침햇살을 받은 감자는 초록의 싱그러움을 뽐내며 미소 지었다. 사진을 찍기 일주일 전 잡초를 정리하기 위해 주변에 벌레를 죽이는 약과 제초제를 함께 썼는데, 벌레를 죽이는 약은 크게 상관이 없으나 이 제초제가 빗물을 타고 고랑에 흘러들어 끄트머리에 있는 감자들을 풀죽게 했다. 다행히 많은 양이 묻은 것도 아니어서 티는 잘 안 나지만 그래도 항상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을 새겼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쓰는 언어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 원래의 목적은 있지만 조금만 잘못 사용해도 이리저리 사람의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가 애꿎은 사람의 마음을 풀죽게 하니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1년 내내 쑥쑥 자라는 것을 보고 싶지만 감자는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을 해야 한다. 과연 한 조각의 감자가 이루어낸 마지막은 어떤 모양일까? 타인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일에만 힘써 노력한 감자. 이 감자가 마지막 순간에 보여주는 기적을 맞이하게 된다면 아마 나의 일상에도 큰 깨달음을 주지 않을까 싶다.
P.s 바로 옆 비닐하우스에서 크고 있는 수박은 어느덧 핸드볼 공의 크기 정도로 자라났다. 물과 온도, 햇살만 가지고도 쑥쑥 자라는 수박을 보고 있으니, 한 편으론 사람도 성장하는데 굳이 더 많은 무언가가 필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