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친구들과 등산을 했다. 아침 안개가 아직 가시지 않은 공원을 지나 우리는 산의 입구에 다다랐고 친구들은 이왕 온 거 등산 분위기를 내야 하지 않겠냐며 어려운 코스를 선택해서 오르자고 했다. 좁다란 흙길은 무릎을 높이 치켜들어야만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만큼 높았고 이마저도 며칠 전에 내린 비로 바닥이 미끄러워 신경을 써야 했다.
이따금씩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아침햇살에 가슴이 뿌듯해지고 청명한 산새소리에 힐링이 되기도 했으나 끝도 없이 하늘로 향해 뻗어있는 길의 연속으로 인해 결국 뒤처지는 친구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가장 앞서가는 친구와 그 뒤를 따르고 있는 나 또한 너무나도 숨이 찼던 나머지 "힘드네"라며 서로의 고생을 치하하던 찰나. 우리는 정상이 200미터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고 남아있는 힘을 마저 짜내기로 했다.
평지라면 금방 도착했을 거리. 하지만 산은 우리에게 장난을 치려는 것인지 미끄러운 흙과 자갈로 가득 찬 길을 아무리 걸어도 정상은 보이지 않았고 허벅지가 괴성을 지르며 '이제 그만하자'라며 나를 말리던 그 순간 그늘로 가득했던 길에 햇살이 가득 내리쬐며 우리는 정상을 볼 수 있었다.
흘린 땀을 식히며 가까운 돌 위에 앉아 산 아래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니, 나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은 어쩌면 다르게 해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낙(행복)이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한계에 다다를 만큼 고생을 하다보면 그제서야 평소에 지나치고 있었던 평범한 일상들이 낙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