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 우두커니 선 바위를 본다. 오랜 시간 바람과 비에 부딪혀 날카롭게 깎인 바위는 위태로워 보이는 만큼 아름답게 느껴진다. 처음 저 바위는 매우 크고 둥글었을 것이다. 어떤 흔들림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그 단단함을 깎아내었다. 변치 않을 것이라는 착각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사람의 기억도 저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 여긴 순간들도 천천히 잊히게 될 것이라고. 모래처럼 가볍고 이질적이었던 추억들은 조금씩 떨어져 나가고, 강렬했던 순간들만 내 가슴에 남아 나의 시간들을 빛내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