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돌아오면

[하루 1분 글 읽기]

by 그리다

여름이 가고 사뭇 산뜻해진 9월. 아침을 깨우는 새들의 재잘거림을 따라 익숙한 길 위에 발을 얹어본다. 여름 내내 푸르기만 했던 인도 옆 가로수들은 비를 맞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져야 할 때를 맞아서 그런 것인지 이파리가 하나둘 시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를 서운함과 함께 사람의 마음도 그처럼 슬픔에 젖어 축축해지거나 오랜 기다림에 지치게 되면 원래의 빛을 잃고 점차 시들고 만다는 생각이 가슴을 스쳤다.

계절이 돌아 다시 여름이 오면 아마도 저 가지에는 다시금 새로운 이파리가 돋아나서 푸름을 뽐내겠지만 새 이파리는 예전의 기억을 남긴 그 이파리는 아닐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시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다시 붉은 빛깔을 뽐내며 가슴에 자리 잡겠지만 같은 크기의 마음이라도 아마 예전과 같은 감정 혹은 같은 대상을 품고 있지는 않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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