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대하여

by 그리다

그때의 나는 서툴렀던 것일까? 아니면 방법을 몰랐던 것일까? 과거에는 생겨난 감정들을 내 안에 전부 담아두는 게 행복이라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마음들을 흘려보낼 수 있을 때 행복하다고 느껴진다.


좋은 감정들은 떼어내기 쉽지 않지만 비워내면 거기에 취해있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나쁜 감정들은 삭이기가 힘들지만 그마저도 비워내면 거기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이런 사실들이 어제를 담아두지 않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준다.


오늘 아침, 정류장에서 올려다 본 앙상한 나무를 보며 나는 생각한다. 낙엽을 모두 떨구었기에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마음도 감정을 모두 털어내면 바람이 불어도 쉬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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