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직장에는 특이한 사람이 한 명 있다. 타인에게 쉽게 상처를 주면서도 자신은 정당한 일을 한 것이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사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전에 이곳에서 일했던 사람들도 이 사람으로 인해 많이 울었다거나 근무지를 바꿔달라고 항의를 넣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에게도 놀라운 취미가 있다. 그것은 바로 독서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보여주며 내용을 자랑한다던가 주말마다 가는 독서모임, 교양강좌들에서 자신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주변사람들에게 떠들어댄다. 스스로가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현실은 정말 형편없다. 대화하는 방법이 적힌 책을 매일 같이 읽어도 타인에게 하는 말들은 경박하기 짝이 없고 심리나 철학과 관련된 책을 읽어도 타인이 자신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지 않으면 꼭 면박을 주거나 상처를 입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꽃을 그릴 줄 알더라도 그 마음에 꽃 한 송이조차 피워낼 줄 모르면 다 무의미한 일이라고. 나는 배운 것이 있음에도 나아지는 것이 없을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한 문장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저 사람을 보면서 나는 깨닫는다. 쌓여가는 책의 높이와 마음의 깊이는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