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문턱 앞에 왔음에도 시든 이파리를 떨어트리지 못하는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고 있다. 가지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 저것의 이름이 추억인지 그리움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과거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저 나무의 모습이 무언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탓에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내 마음은 점점 애달파져가고 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한 나무에게 넌지시 말을 걸어본다. 모두 떠나보내야 한다고. 마지막 미련까지 떨어트려야 한다고. 그래야 너와 나에게 비로소 봄이 찾아오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