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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Feb 22. 2022

아이러니


 매일 아침 "너무 힘들다."라는 말을 연발하는 사람이 있다. 상급자가 시킨 자질구레한 일들과 끝도 없는 업무들에 연일 시달리고 있으니 어찌 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탓인지 그 사람은 나에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많이 한다. 직장 상사의 뒷담화부터 자기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내고 있는지에 대한 푸념들. 이 사람이 나와의 대화를 통해 바라는 것은 감정적 공감이라는 것을 알기에 난 그럴 때마다 위로와 격려를 건네곤 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직장에서의 풍경인듯싶지만 나는 조금 의아하다고 느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 사람의 이어지는 행동. 보통 사람은 자신이 싫어하는 행위를 남에게는 하지 않으려 신경을 쓴다. 그렇기에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한다면 타인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이 사람은 매번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트집을 잡고 불쾌한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고 나면 당연한 절차처럼 그 불쾌한 말을 들은 사람들이 나를 조용히 불러내어 또 다른 하소연을 들려준다.


 스트레스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타인에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이 아이러니함. 외부에서 오는 상처들을 감내하기가 어려워서 옆으로 쳐내는 것인지, 아니면 과하게 쌓인 스트레스가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 계속 반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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