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대화가 진지하게 흘러갈 때면 자신의 아픔을 쉼 없이 나열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면서 "내가 너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다."라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사람들도 가끔 보인다. 물론 복잡한 심정에서 꺼내는 말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경청하려 노력한다.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정적인 말들뿐이지만 상대방이 모든 마음을 꺼낼 수 있게 "그랬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상대방은 내가 자신만큼 아픈 기억이 없기에 침묵하는 것이라 여기겠지만 나의 내면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내 안에도 풀어내지 못해서 아픔으로 남은 시간들이 있다. 기억을 떠올리면 목이 메일만큼 충격적인 시간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나는 내 아픔의 정체를 알기에, 또 아픔이라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그 삶에 남게 되는지를 알기에 웃으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 상대방은 부디 내가 겪는 것처럼, 해소하지 못한 아픔들로 인해 훗날 눈물짓지 않았으면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