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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Mar 16. 2022

평범한 2030 세대의 현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20대, 30대(줄여서 2030)들의 평균 자산이 3억이 된다는 뉴스를 보았다. 기사 내용을 잠시 훑어보니 통계를 내었을 때 상위 20%는 9억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와는 반대로 하위 20%는 2천만 원가량의 자산을 가진 것으로 나왔다. 이를 평균으로 나눴을 때 2030 청년들이 가지는 자산이 3억이라는 말인데 나는 조금 의아했다. 현실적으로 따졌을 때 그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자신이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를 한 번씩 꿈꿨다. 서른 정도가 되면 번듯한 직장과 나만의 집, 아니면 적어도 웬만한 자동차 한 대는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젖어있었다. 그러나 동화책을 닫는 순간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20대가 되는 순간 그런 생각들은 환상에 불과했구나를 깨닫는다. 장비 하나 갖추지 않고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는 클라이밍 선수가 된 것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 초차 쉽지 않다는 것을.


 2030 세대를 검색해보면 이런 말이 사전에 가장 먼저 나온다. "2030 세대는 전쟁을 경험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5060 세대와 달리 경제적 혜택을 누리며 자랐다."라고. 경제적 혜택이라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닐 텐데, 모두 혜택을 누려왔다는 식으로 당연하게 정의를 내려버린 사전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그런 삶을 살지 못한 청년들은 억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몇몇의 사람들이 '그 나이쯤 되면 이 정도 돈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막연하게 자신의 욕망을 표출해놓은 게시물을 볼 수 있다. 나는 그런 글들을 보면서 그저 고개를 젓는다. 왜냐하면 어느 유명 강사가 말했던 "너희가 서른이 되면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 정도 될 것 같아? 천만 원? 빚이나 안 지고 있으면 다행이지."라는 말처럼 돈을 모으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누가 그랬다더라'라는 근거도 없는 말로 청춘을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힘겹게 살아가는 2030 세대에 대한 기만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그저 내가 살아온 삶과 내 주변에 있는 친구, 지인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현실을 녹여내어 청년들의 주머니가 빈곤할 수밖에 없는 삶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최소 세 명 중 두 명은 대학교로 가게 된다. 갓 스무 살이 되어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등록금부터 시작해서, 교재비, 생활비 등등이 소비되게 된다. 자신이 선택한 학과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실험이나 실습이 잦은 학과냐에 따라서 소모되는 비용은 더 추가되게 된다. 집안이 부유하다면 이런 걱정이 없겠지만 평범한 대학생은 부모에게서 이런 지원을 기대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그래서 학비를 벌고자 시간을 쪼개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아 빠듯하게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사회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빠르면 스물네 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것 때문에 휴학을 했다면 스물여섯 살. 기타 군 복무로 인해서 졸업이 늦어지게 되는 남학생들의 평균 나이를 생각하면 보통은 스무 살 중반에 사회로 첫걸음을 내딛는다. 부푼 기대를 안고 사회로 나가면 바로 취업이 가능할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쉽지 않다. 현재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인구들과 청년 실업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를 감안해보면 취업의 문은 엄청나게 좁은 것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이 말하는 '취뽀'라는 단어가 왜 유명 해졌겠는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취업 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식비나 생활비 등은 계속 나가기 때문에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은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만약 졸업 후 운이 좋게 바로 취업을 하게 되면 이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월급으로 삶을 꾸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모두 떼고 나면 18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 통장에 입금이 되는데 겉으로 보기는 많아 보이지만 의, 식, 주로 나누어 소비되는 돈이 얼마인지를 계산해보면 그 돈 역시 결코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의복 비용

 우리가 매일 옷을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옷을 한 번 사게 되면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된다. 2~3만 원 대의 저렴한 옷을 사게 되면 얼마 못가 버리는 것이 일수라 그만큼 자주 사게 될 것이고, 반대로 조금 비싼 옷을 사게 된다면 대게 5만 원 이상. 신발 하나의 값 또한 평균 7~8만 원 정도를 소비하게 된다. 옷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갖추기 위한 소모품들(샴푸, 린스, 휴지, 스킨, 로션 등) 또한 의외로 자주 사게 되는데 최소한으로 아낀다 하더라도 평균 10만 원가량의 돈이 매 월 소모되게 된다. 


식사 비용

 삶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중, 가장 쉽게 빠져나가기도 하고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 식비가 아닐까 싶다. 먹는 것으로 소비되는 비용이 아깝다거나 다이어트로 비용이 적게 나가는 사람들은 개인의 역량으로 두고 현실적인 삶에서 식비를 따지면 대략 이렇다. 집에서 밥을 만들어 먹는 사람이라면 현명하게 장을 본 만큼 비용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매번 도시락을 싸고 다니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가끔은 밖에서 밥을 사 먹어야 한다는 것인데, 가성비 좋은 든든한 국밥으로 (아침을 거르고) 점심, 저녁을 때운다고 치면 하루에 거의 만 5천 원이나 되는 식비가 쓰이게 된다. 하지만 매일 국밥만 먹고살 수는 없는 일. 다른 메뉴를 먹고자 해도 평범한 돈가스 하나가 만 원이 넘어가는 세상에서 2만 원 이내로 하루를 식사를 때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더해 밥 값보다 더 나가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르는 커피의 가격이라던지, 가끔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마시는 술자리 비용까지 더한다면 하루 평균 3만 원은 족히 지갑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이를 한 달간 유지한다고 치면 3만 원 X 30일(한 달)=90만 원을 소비하게 되는데, 배고픔을 달래고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월급의 절반이 날아가는 셈이다.


주거 비용

 부모님의 집에 산다거나 자신이 주거지를 옮겨도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주거 비용이 들지 않겠지만 보통은 일자리와 학군을 찾아 타지로 이사 오게 된다. 빚을 집을 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전세, 혹은 월세로 집을 계약하게 되는데, 직장과 가깝거나 교통편이 조금 괜찮다 싶은 곳은 전세 가격이 최소 몇 천만 원, 많게는 억대를 넘어간다. 여기다 보통 집을 내놓는 사람들은 월세로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 많기에, 전세 매물도 많지 않아서 사회 초년생이 전셋집을 구하는 것은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월셋집을 구하게 되는데 보증금이 낮은 만큼 월세로 나가는 비용은 점점 높아진다. 가까운 지인은 회사 인근에 있는 원룸을 계약하고 매달 40만 원의 돈을 월세로 지불하고 있는데 이것은 비단 소수의 청년들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다. 나 또한 대학교를 다니면서 20만 원이 넘는 돈을 월세로 내보았기에 어찌 보면 지금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당연한 일상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운이 좋게 국가에서 제공하는 저금리 대출을 받았던지, 아니면 운이 좋게 부모님의 도움으로 반 전세 계약을 했던지 간에, 주거비용으로 15만 원에 가까운 돈이 월급 통장에서 나가는 것은 평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만 나열해봐도 기본으로 나가는 의식주 비용이 100만 원이 넘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월급에서 이 비용들을 제외한 나머지 70만 원의 돈은 모두 저금할 수 있을까? 답을 말하자면 아직 한 발 남았다. 안타깝게도 2030 세대들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아직 더 존재한다. 사치를 위해서가 아닌 정말 기본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들이. 우선 집에서 지내기만 해도 전기세, 물세, 가스비 등등이 나간다. 이런 것이 관리비 명목에 포함되는 가구도 있으나 어쨌든 보통 5만 원 정도가 이 비용으로 나간다. 그리고 핸드폰 사용요금. 와이파이로 연명해야 하는 저렴한 요금제를 쓰더라도 3~4만 원은 족히 나간다. 또 출퇴근을 할 때의 대중교통비, 자동차가 있다면 주유비와 기타 유지비가 추가로 빠져나가게 된다.(자동차 할부 비용 등도 포함) 이에 더해 요즘 중요해지는 워라밸을 위한 취미활동 비용이 들어간다. 책을 읽는다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학원, 미술관, 영화관, 스포츠, 헬스 등의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데, 많은 비용이 아닐지라도 이 비용은 무시할 수가 없다. 기타 비정기적으로 쓰게 되는 경조사 비용이라던지, 병원비, 약국 비용 등등도 청년들의 주머니를 비게 하는 원인이 된다.


 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려야 하거나, 앞서 말한 학자금 대출을 한 청년들이라면 오래도록 직장생활을 해도 빚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상대로라면 20대 청년들 모두가 돈을 모았어야 정상인데, 왜 TV에서는 아직까지도 대출 관련 광고들이 등장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홀로 학비를 벌어서 생활했던 내 지인 중 한 명은 서른이 넘어서야 비로소 마이너스 통장을 벗어나게 되었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이와 같은 현실을 따지면 유명 강사가 말했듯이 서른이 되어도 돈 한 푼 가지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주변에도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지만 사회초년생의 통계 평균인 27살을 시작으로 본다면 갓 회사를 들어간 20대들이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얼마의 자산을 가질 수 있을까? 먹을 것, 입을 것, 즐길 것들을 모조리 포기하고 남은 돈의 대부분을 저축했다고 하더라도 고작해야 천만 원 안팎. 물론 그 조차도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저축을 한 청년들을 모아 두고 진짜 대단하다고 격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많은 것들을 나열해보았지만 사람에 따라서, 또 환경에 따라서 이런 기준들은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계층의 청년에게 적용되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2030 세대들은 결코 만만하게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속히 '어른'의 칭호가 어울리는 사람들은 2030 세대의 어려움을 안다. 그러나 몇몇의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그들이 노력을 하지 않아서, 혹은 생각이 없어서 가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사람은 항상 지혜로워지고 치밀해지기 마련이다. 그 사실을 감안해본다면 지금 삶에 위기가 닥친 지금의 청년들은 그 누구보다도 현명하고 치밀하게 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자. '너희의 나이라면 이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라며 안 그래도 무거운 어깨를 더 짓누르려 하지 말자. 그들은 지금 하루하루 살아가고,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몫을 다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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