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권
경기, 해주, 진도, 정선, 상주와 더불어서 아리랑으로 유명한 밀양. 얼음골과 더불어 호박소와 같은 계곡이 유명해서 인근 도시나 부산지역에서는 꽤나 인기 있는 휴양지로 손꼽히며, 2007년에는 영화 '밀양'으로 인지도가 조금 상승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선 도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밀양을 방문하기 위한 방법은 시외버스와 기차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시외버스를 이용할 경우 울산이나 창녕 등에서도 출발이 가능하지만 버스 편이 적기 때문에 마산터미널이나 부산 서부터미널까지 도착하여 환승하는 것을 추천한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버스보다 수월하게 올 수 있는데, 경남 지역에서 드물게 KTX 열차(경부선)가 정차하는 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밀양역 광장에는 밀양 곳곳으로 가는 거의 대부분의 시내버스가 정차하기 때문에 관광지로 이동하기도 용이하다.
밀양의 행정구역은 16개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넓은 지역에 걸쳐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는데, 이번 글은 그중 시내 지역에 있고, 도보로도 이동 가능한 영남루와 밀양강 둔치, 그리고, 항일 운동 테마거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밀양역에서 4번을 제외한 1~7번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한 후 '밀양여자중학교' 정류장에서 내리면 강을 따라 이어진 둔치길을 만날 수 있다.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로 인기가 높은 이 길은 양 옆으로 활엽수와 가로등이 줄지어 서있어서 운치를 더하고 있으며 가까운 곳에 소나무가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삼문송림'이 있어서 가볍게 쉬었다 가기도 좋다.
산책로를 따라 쭉 걸으면 푸름을 가득 품은 '밀양강 둔치'가 나오게 되는데, 인근에는 경부선 철로가 지나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추면 지나가는 열차의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밀양강 둔치는 시민들이 가족 혹은 반려견과 산책을 나오거나 체육활동을 하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잔잔히 흘러가는 밀양강과 푸른 잔디밭을 바라보고 있으면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윽한 여유를 맛볼 수 있다. 둔치의 끄트머리에는 축제가 있을 때마다 사용하는 야외무대가 있으며, 무대를 지나 밀양교를 건너면 강가 절벽 위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영남루로 갈 수 있다.
조선시대에 이름 있는 도시에는 저마다 기품 있는 누각들이 존재하지만 밀양에는 그중에서 손꼽히는 풍경과 모습을 지닌 '영남루'가 존재한다.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조선 3대 누각으로 불리는 밀양의 영남루는 누각 위에 오르면 밀양 시내 전역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뷰를 지니고 있으며, 누각 앞으로 흐르는 밀양강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시 한 수를 짓고 싶어질 만큼 멋진 느낌을 선사한다. 실제로 영남루 내부를 보면 다양한 선비들과 방문객들이 저마다 남긴 글이 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장 커다란 글씨로 '영남 제일루'라고 쓴 현판일 것이다. 이 현판 글씨의 주인은 당시 밀양의 부사였던 이인제의 큰아들 이증석이 11세에 쓴 글씨로써 어린 나이에 쓴 글씨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쓰인 글씨였기에 보는 이들마다 감탄을 했다고 한다.
영남루에 앉아 있으면 마치 시원한 에어컨 앞에 있는 듯, 바닥과 머리가 차가워지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오는데 카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한적하고 쾌적하기에, 한여름에 누각에서 책을 읽거나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오기가 좋다. 기타 영남루 안뜰에는 가끔씩 민속 공연이 열릴 때가 있는데, 누각에 앉아 공연을 지켜보고 있으면 조선시대의 선비가 된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이용시간 : 09:00 ~ 18:00
입장료 : 없음
영남루에서 내려와 '밀양 아리랑 시장' 방면으로 걷다 보면 좁은 하천을 따라 태극기가 휘날리는 골목을 맞이할 수 있다. 좁은 하천의 이름은 '해천'으로 조선시대에 밀양읍성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하천인데, 이하천을 따라 밀양의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해천 항일운동 테마거리'가 조성되어있다. 밀양에는 석정 윤세주, 약산 김원봉과 같은 독립운동가들이 많은데, 테마거리에는 밀양에 출신지를 두고 항일 독립운동을 펼쳤던 열사들을 기념하는 '의열 기념관'과 '의열 체험관'이 설립되어 있어서, 독립운동가들의 항일운동의 진행과 역사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길 양옆으로는 일제강점기 당시에 촬영한 독립운동가들의 사진과 동판,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 벽을 따라 쭉 전시되어 있어서 천천히 관람하기가 좋고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