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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Oct 10. 2022

커뮤니티에 갇히지 않는 삶

 요즘따라 뉴스를 보는데 머리가 어지럽다.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일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면 기다렸다는 듯 무지성으로 상대방을 서로를 비난하기만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를 심난하게 한다. 착각, 혐오,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 댓글. 그리고 그것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알려주듯 집단을 이루어 편견을 양산해내고 있는 커뮤니티들. 도대체 어쩌다가 커뮤니티는 여기까지 흘러오게 된 것일까?


 의견을 밝히기에 앞서 나는 커뮤니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커뮤니티의 한 종류라 볼 수 있는 SNS(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의 경우 메모장처럼 글을 기록하는 용도로만 사용할 뿐, 글을 업로드하고 나면 다음 글을 쓸 때까지 일체 그곳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과 동일하게 커뮤니티에서 생산되는 감정적인 말들로 인해 내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치길 원치 않기 때문이고, 집단 속에서 주관이 섞여 나오는 지식들보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정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본래의 커뮤니티는 나름의 이점이 있었다. 각자가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들을 공유하여 서로를 성장시켜 준다는 점. 또는 각자의 이야기나 생각을 나누었을 때 이를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삶에 활력소가 되어준다는 점 등이 커뮤니티가 가진 긍정적인 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커뮤니티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간혹 공과 사를 구분하며 지식의 장으로서 유지되는 커뮤니티가 있기는 하지만, 주류로 불리는 대다수의 커뮤니티들은 무언가 돌아올 수 있는 반환점을 아득히 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그런 모습에서 점점 부각되는 단점들 때문에 커뮤니티에 일체 발을 담지 않는다.


 내가 보는 커뮤니티의 주된 문제점들을 꼽아보자면 일단 구성원들의 생각을 획일화시킨다는 것이다. 본래라면 한 가지 논제에 대하여 생각을 나누고, 찬반이 오고 가면서 서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함이 옳다. 하지만 지금의 커뮤니티는 각 커뮤니티만의 성향이 정해져 있어서, 좋은 주제가 있더라도 구성원들에게 '답정너'식의 의견을 요구한다. 누군가가 커뮤니티 성격에 반대되거나 독립적인 생각을 표시하면 커뮤니티의 사람들은 그를 배척하고, 잘못된 것이라 낙인을 찍어버리는 분위기가 되어 있으니 모두가 눈치를 보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가지 성격의 답변만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이라 한다면 커뮤니티는 집단에게 옹호적이지 않은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사람은 짐승과는 다르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서로의 생각에 차이가 있거나 마찰이 있더라도 대화를 통해서 접점을 찾고 풀어가는 것이 가능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커뮤니티는 외부와의 대화나 협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집단에게 반대되는 사람들은 물론, 커뮤니티가 말하고자 하는 의견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까지 모조리 적으로 만들어 집단의 의식을 공고히 한다. 이는 대표적으로 남초, 여초 커뮤니티들이 있는데, 제3자적인 입장에서 보기에는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이런 커뮤니티들이 오히려 가장 많은 차별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점은 커뮤니티는 그 속에서 보이는 정보들이 세상의 전부라고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세상은 정육면체의 도형이 아니다. 그렇기에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다르게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커뮤니티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보는 시각을 축소시킨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구성원들은 커뮤니티의 입맛에 맞는 의견들만을 가져와서 '이것이 세상의 모습이다.'라고 제시하기 바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그것을 보는 사람들도 자신이 보고, 생각하는 게 곧 진리라고 여기며 거기에 자연스럽게 길들여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오래전 나는 특정한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 사람이, 나에게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강요하고자 했던 적이 있다. 본디 속한 적 없던 종교의 교리는 알지 못하듯이, 나 또한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접해본 적이 없으니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갸웃거리는 나를 보며 자신이 말하는 것들이 살면서 무조건 알아야 하는 지식인 것처럼 나에게 설명을 하였다. 이어서 그는 자신의 지식을 뽐내듯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느니, 잘 모르면 이것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공부해야 한다느니 하며 나를 무지한 인간처럼 치부했다. 나는 "그랬구나"라며 웃으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했지만 뒷맛은 썩 좋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그 사람의 모습은 마치 목이 고정된 양계장의 닭처럼, 넓은 하늘은 보지 못하고 열심히 모이만 쪼아대고 있는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밖에도 커뮤니티를 떠올리면 과도한 혐오 분위기 조성. 한 사건에 대한 과정이나 목적의 구분 없이 일방적인 비방행위 등 지적하고 싶은 것들이 많으나, 이는 세상을 옳게 이끌어가고 있는 소수의 좋은 커뮤니티들에 대한 무례함이 될 수 있으니 자제하고자 한다. 그저 정리를 하자면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 세상을 보는 지혜를 나누지 못하는 악성 커뮤니티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 글을 통해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속에 갇히지 말고 현실을 살아가자는 것. 인터넷 안에서만 살다 보면 온갖 욕설, 차별, 혐오들이 가득해서 세상이 썩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나가, 번화가나 한적한 공원 등을 걷다 보면 세상은 보기보다 깨끗하고 살만한 곳임이 느껴진다. 인터넷상에서 보던 온갖 불쾌한 감정들이 어젯밤 꿈처럼 사라진다. 왜냐하면 이곳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실적인' 사람들이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보다 현명하게 살고자 한다면, 정말로 나의 삶을 살아야 한다. 타인에게서 전해 들은 삶, 강요되어온 세상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또한 혐오와 비난만으로는 결코 사회가 달라지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 온라인 세상을 벗어나 행복이든, 슬픔이든 자신의 삶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세상은 그럭저럭 살만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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