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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Sep 26. 2022

달리기만으로 7kg을 감량해보았다.

 집을 옮기고 나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집들이라며 놀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고, 가까이 사는 친구들과는 거의 일주일에 두세 번 밥을 먹을 정도로 사람을 보는 일이 잦았다. 으레 사람을 보는 횟수가 많아지면 몸무게도 함께 늘어가지 않던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천천히 살이 쪄갔다. 1년 동안 증가한 걸로 치면 사실 얼마 안 되긴 하는데, 요즘은 먹는 만큼 몸이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기에 바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내 안에 칼로리를 소비하는 엔진을 다시 켜려면 운동이 시급한 것은 당연지사. 망설일 시간은 없었기에 나는 바로 헬스장을 끊었다.


 사실 헬스장을 등록하기 전에는 살짝 고민을 했다. 그냥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고, 집 앞을 열심히 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기존에 몇 번 산책로를 걸어보니 사람이 많아서 이리저리 피해 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횡단보도를 건넌다던가 좁은 통로를 지나갈 때 자주 멈춰야 하니 균일한 운동 강도를 몸에 부여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더해 매일 운동을 하면 매일 옷을 세탁을 하는 것이 골치였는데, 내가 알아본 헬스장은 운동복을 무료로 주었기에 (여러 이점을 고려하여) 과감하게 선택했다.


 처음 헬스장에 들어섰을 때는 의욕이 넘쳤다. 자유이용권을 끊었으니 다양한 기구들을 사용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욕심이 크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기에 다른 운동에 눈을 돌리기보다 일단 달리기 하나에만 집중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첫날부터 계속 일을 마치고 오후 다섯 시 반에 헬스장에 들어가서 7시까지 러닝머신 위를 달렸다. 그리고 딱 목표한 만큼 뛰면 미련 없이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헬스장에 가는 것과 그곳에서 들어선 이후부터는 오롯이 나와의 싸움이었다.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마음이 매일 나를 유혹했다. 또 헬스장 내부에서는 한 시간 내내 옆에서 TV를 보는 사람이라던가, 핸드폰을 만지며 걸었다가 말았다가 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일일이 신경 쓸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내가 이루어낸 결과들을 생각해보니, 결국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내가 정한 목표와 그에 따른 실천력이라는 사실이 강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비슷하게 굴려본 몸이라 그런지 변화는 일찍 찾아왔다. 처음 이틀 정도는 몸무게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3일 차가 되는 순간부터 몸무게가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정한 수치를 보이던 저울에서 갑자기 1kg이 증발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무언가 효과가 있구나 하는 희망찬 마음으로 운동을 지속하자 첫 주에는 3kg이 빠졌고, 14일 정도가 지난 2주 차 주말이 되자 정확하게 7kg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 기간들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꼽자면 크게 세 가지가 나열해볼 수 있다. 일단 운동량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20분 정도를 뛰고, 10분을 걷는 것을 한 세트로 실행했었다. 나의 몸도 오랜만에 강도가 높은 부하를 받았다는 것을 알리듯 이틀간은 미세하게 근육통을 전해왔으나, 그걸 무시하고 동일하게 운동을 하니 몸은 차츰 풀리기 시작했다. 근육통이 사라진 이후로는 점점 페이스를 높여 30분, 40분을 연속으로 뛰어도 너끈한 몸이 되어 운동 강도와 시간을 늘리게 되었다.


 두 번째 변화는 식사량이 줄었다. 사실 나는 식사량을 그리 줄이고 싶지 않았다. 이미 하루에 저녁 한 끼만 먹는 생활을 지속한 지 3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터라 여기서 더 줄일 필요가 있겠나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 난 이후부터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식사량이 줄어들게 되었다. (평소에도 그리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전의 절반만큼의 밥을 먹었는데도 배가 불렀고, 그냥 그렇게 식사를 마친 뒤에 물만 1~2L 정도 마셔주니 공복감도 사라져서 서서히 이런 느낌에 적응하게 되었다.


 세 번째 변화는 하루가 규칙적으로 변하고 피로가 줄었다는 것이다. 몸도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인지 매일 11시가 되면 잠을 자라고 아우성이었다. 이전에는 한 번 신경을 못쓰면 새벽 1시나 2시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알람처럼 11시가 되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이런 자연스러운 졸음은 내 의지로 이겨낼 수가 없었기에 해야 할 것들은 잠을 자기 전 미리 끝내는 습관이 들여졌다.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과, 운동으로 인해 몸의 활력이 늘어난 탓에 일과를 보내는데 힘이 넘쳤다. 몇몇의 사람들이 생각하듯 나 역시나 처음엔 고된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더 피곤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날수록 이상하게 몸이 점점 더 가벼워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몸의 변화에 대한 신기함과 넘쳐나는 에너지 덕분에 일과에 더 많은 몰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현재는 헬스장을 다닌 지 거의 한 달 남짓. 매일 몸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똑같지만, 내가 들인 노력에 따라 몸무게가 변화하는 폭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하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그리고 점점 줄어가는 몸무게를 볼 때마다 조금 더 하면 눈금이 바뀌겠다는 욕심들 때문에 나를 관리하는 것이 행복해졌다.


 9월에는 명절이 끼어있기도 했고, 주말에 약속들도 있어서 획기적으로 몸무게를 줄이는 것은 어려웠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의연해지기로 했다. 어차피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약속이나 만남들이 생길게 뻔한데, 그럴 때마다 먹는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는 없으니까. 또 한 편으론 과하게 몸무게를 빼는 것보다 일상의 패턴을 유지하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체중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일단 지금은 지금의 몸무게에서 10kg 정도를 더 빼서 총 20kg 정도 감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의 속도로 보면 두세 달이면 이룰 수 있을 거란 예측이 들지만 마른걸레에서 물 한 방울 짜내는 것이 힘들듯, 몸무게가 줄어들수록 1kg을 빼는 일은 점점 더 고되게 변할 것 같다. 그래도 이 목표를 수정할 생각은 없다. 목표를 높이 잡으면 실패하더라도 그 언저리에 머무를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그것을 믿고 최대한으로 노력해보려 한다. 다음 달에 남길 기록에도 나의 경험과 변화가 돌에 새긴 글자처럼 뚜렷이 새겨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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