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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Feb 28. 2023

설렘을 떠올리다


 언제나처럼 퇴근 후에 걷는 강가 산책로. 하늘은 커다란 페인트 통을 쏟은 듯이 오렌지색에서 점점 짙은 푸른색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문득 눈에 띈, 서쪽에서 반짝이고 있는 작은 점 하나. 나는 가만히 바라만 보다가, 그 아스라이 뜬 별 하나에 설렘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저 별이 어떤 이름을 가졌는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내게 무의미한 정보일 뿐. 이제부터 저것의 이름은 설렘이다. 때때로 소홀해지기 쉬운 마음. 때때로 잊은 채로 살게 되는 추억들. 나는 그것들 위해서 밤이면 드러나는 저 반짝임에 설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색에 잠겨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언젠가 나를 스친, 설렜던 순간들을 떠올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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