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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Oct 04. 2023

돌아오는 계절


 나이가 드니 예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경조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결혼식, 장례식, 돌잔치 등등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 누군가의 도움이나 조언이 필요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그 속에서 과거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당장의 결혼식을 앞둔 주변의 사람들을 예시로 보아도 그렇다. 과거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예의를 다했던 사람은 결혼을 한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을 타고 전해져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는다. 그러나 과거에 타인을 이용하거나 악행을 저질렀던 사람은 자신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 그저 지금도 착하기만 한 사람, 혹은 과거에 만만했던 몇몇의 사람들에게만 몰래 연락을 하여 와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전부이다.


 나는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인과라는 것이 정말로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에 뿌린 씨앗이 없으면 가을에 거두는 소득이 없듯이, 젊을 때 베푼 은혜가 없으면 노년에 거두는 기쁨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젊을 때는 넘치는 치기와 열정으로 혼자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나이를 들면 조금씩 알게 된다. 노쇄해져가는 몸과 마음은 점점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진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홀로 살아가는 것도 벅찬 하루임에도 조금 더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훗날 내가 돌부리에 걸려 쓰러졌을 때 흔쾌히 손을 내밀어줄 따스한 인연을 만들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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