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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Sep 22. 2023

오목함의 미학


 대개 그릇은 용도에 따라 그 생김새가 다르다. 액체와 같은 연한 음식을 담는 그릇의 경우 가운데가 깊이 패어있고, 단단한 음식을 담는 그릇은 넓고 반반할 때가 많다. 이에 더해 무늬나 재질 등에 따라 그릇은 각양각색의 형태를 지니지만, 모든 그릇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가운데가 오목하다는 것. 무언가를 담아내고자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이 오목함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사람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인연을 맺는다. 하지만 그 만남이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때는 생각지 못한 사건들로. 또 어떤 때는 가벼운 언행이나 실수들로 인해서 좋았던 관계가 끊기는 경우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알 수 있듯, 자기밖에 모르고 타인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의 곁에는 올바른 인연이 잘 머무르지 않는다. 그저 서로의 얼굴은 알아도 마음은 알지 못하는, 얕고 애매한 관계들만이 맴돌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나는 이런 수많은 형태의 만남 속에서 올바른 관계를 맺고,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고 붙잡으려면 스스로의 내면에 오목함을 지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겸손함과 경청을 통해 나를 낮추고, 오목하게 팬 그 자리에 내 사람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매일 마주하는 사소한 그릇에게서 깨달음을 얻은 오늘, 나는 내 마음속에 있는 그릇이 어떤 형태의 사람을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그리고 그 깊이가 충분히 오목해져 있는가에 대한 반성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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