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와 질문
내일이면, 그동안 고심하며 준비해 왔던
택시 회사에 첫 출근을 한다.
오늘도 하루 종일 유튜브를 뒤적인다.
카카오 T 기사용 앱 사용법, 결제 방식, 운행 절차, 사소한 팁들까지.
영상을 보고 또 보는데도, 마음속엔 질문만 늘어갔다.
내가 다른 기사들처럼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을까.
내비게이션만 따라가면 되는 걸까.
손님이 “이 길 말고 다른 길로 가주세요”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날이라고 솔직하게 말하겠지만,
그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손님이 있다면?
평가 점수가 깎이면?
손님이 불편해하면?
걱정이 걱정을 부르고, 머릿속은 더 시끄러워졌다.
#가방 속에 담지 못한 것
책상 위엔 내일 가져갈 것들이 줄지어 놓였다.
내가 챙겨 먹어야 할 약들, 여분의 마스크, 물티슈, 거스름돈.
혹시 차 안 냄새가 거슬릴까 싶어 준비한 방향제도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이렇게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의 준비였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
그것도 사람을 마주하는 서비스업이라는 것.
매 순간이 평가받는 자리라는 걸 생각하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강박과 불안 사이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지금 도로 위를 익숙하게 달리는 기사님들도,
모두 첫날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
아마 그 전날, 나처럼 마음이 분주했을지도 모른다.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생각이 고개를 든다.
혹시 빠뜨린 게 있지 않을까.
첫날부터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오래된 강박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 마음이 불안을 부풀리지만, 억지로라도 다잡아 본다.
안전운전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고,
나머지는 길 위에서 하나씩 배워가면 된다.
친절한 인사, 깨끗한 차량, 정직한 마음.
그 정도면, 첫날로서는 충분하다.
#하루 전의 분주함
시간이 유난히 빨리 간다.
준비물을 챙겼다가 빼고, 넣었다가 다시 꺼내기를 반복한다.
머릿속에선 온갖 장면이 떠오른다.
손님이 길을 바꿔달라고 하면,
결제가 오류 나면,
퇴근길에 교대 파트너와 약속 시간 때문에 서둘다
승차 거부로 오해받으면…
영상을 보고, 또 보고,
한 장면씩 되돌려 본다.
몸은 그대로지만,
마음은 이미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