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금연을 잘한다. 단, 재흡연은 더 잘한다
#담배가 부르는 순간
사람이란 참 묘하다.
누군가는 심심할 때 담배가 당긴다고 하지만,
나한테 담배는 ‘극도의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 제일 강하게 손짓한다.
최근만 해도 그렇다.
어머니의 잦은 입원과 퇴원을 지켜볼 때,
오랫동안 고민 끝에 선택한 택시기사라는 직업의 첫 출근을 앞둔 그 긴장된 준비의 시간마다,
그리고 아버지의 건강과 무리하시는 모습을 볼 때—
머릿속 어딘가에서 슬쩍 고개를 든다.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
그 한 마디가 이렇게 달콤할 줄 누가 알았을까.
#금연과 재흡연의 무한 경기
금주는 오래됐다. 이제는 술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금연은… 이게 문제다.
끊었다 싶으면 다시 피우고,
‘이번엔 진짜 끝’이라 결심하면 또 슬그머니 불을 붙인다.
금연 100번, 재흡연 101번.
승패가 없는 경기지만, 이상하게 담배 쪽에서만 늘 스코어를 올린다.
#담배가 그리운 진짜 이유
담배를 다시 찾게 되는 건, 그 맛 때문이 아니다.
그건 현실을 잠깐 내려놓게 해주는 ‘짧고 위험한 휴식’이기 때문이다.
연기 속에서 문제들이 사라지진 않지만,
그 몇 분만큼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이 생긴다.
입안의 쓴맛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마음속 어수선함을 잠시 지워주는 지우개 같아서 그립다.
#끝나지 않는 싸움
그렇다고 담배가 해결책인 건 아니다.
잠깐의 연기 뒤에는, 결국 똑같은 하루와 똑같은 문제가 기다린다.
그래도 나는 안다.
담배를 끊는 건 단순히 스트레스와 싸우는 일이 아니라,
그 스트레스가 끝난 뒤 찾아오는 ‘텅 빈 시간’과 싸우는 일이라는 걸.
오늘은 참았다.
다음 경기가 언제 일진 모르지만, 준비는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