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대신 차선을 먹는다

나도 모르게

by HONG


#거울 앞의 얼굴


운전을 시작하기 전, 사이드미러를 고친다.

거울 속엔 지친 얼굴이 비친다.


순간 멈칫하다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본다.

Put on a happy face.


한때는 무대 위에서 흘러나왔던 말이었지만,

지금은 내 하루를 붙드는 주문처럼 남아 있다.

웃는 얼굴 하나로 오늘이 덜 흔들릴 것 같아서.



#거칠어질 때마다


길 위에서는 늘 변수가 터진다.

끼어드는 차, 무심한 손님의 말.


순간적으로 핸들이 거칠어지려 할 때,

나는 브레이크를 밟듯 마음을 붙잡는다.

기분이 앞서면 결국 운전이 흔들리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내 몫이 되기 때문이다.



#기분과 태도 사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라.”

평소라면 곧잘 흘려버렸을 말이다.


사람이 어떻게 늘 같은 표정으로 살 수 있겠는가.

기분이 드러날 때도 있고,

그게 자연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일에서는 다르다.

잠깐 굳은 표정 하나가 곧바로 불친절로 기록되고,

그 기록은 다시 나를 옭아맨다.


싫어하면서도 결국 따라야 하는 말.

여기서는 기분이 태도가 되고,

태도는 점수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양해와 차가운 말


첫 영업이라 서툴 수 있으니

조금만 양해해 달라 말할 때가 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여주지만,

누군가는 냉정하게 내뱉는다.


“알겠으니까 그냥 운전이나 하세요.”


그 말은 금세 흩어지지만,

내 안에서는 오래 남는다.

억지로 지은 웃음이 괜히 더 무겁게 느껴진다.



#평가의 굴레


이 일은 늘 평가 위에 놓여 있다.

단 몇 초의 늦음도 기사의 잘못으로 남고,

작은 실수 하나가 곧바로 수입을 흔든다.


며칠 되지도 않은 신참인 나는

아직 몸에 배지 않은 습관 속에서 허둥대며

평가의 굴레를 피할 길이 없다.



#밥 대신 차선을


남는 건 결국 억지로 지은 웃음,

기준금에 닿았는지 아닌지,

그리고 혹시 클레임은 없었는지 불안한 마음뿐이다.


예전엔 기사님들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밥은 좀 먹고 다니지… 차선을 왜 먹고 달리실까.”


이제는 안다.

밥 한 끼조차 쉽지 않은 게 법인택시 신참의 현실이라는 걸.

밥 대신 차선을 씹듯 달려야 겨우 채워지는 하루.


솔직히 그동안 선배님들께 욕했던 건, 미안하다.

내가 몰랐던 무게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웃음을 쓰는 일의 무게


어느새 나는 웃음을 쓰는 일에,

그리고 이 일의 무게에, 조금씩 짓눌려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도 운전대를 잡는다.


손님도 기사도 각자 사정에 치여

잠시 같은 공간을 스쳐가는 사람들일 뿐.


그래서 나는 다시 거울을 보며 웃음을 걸친다.

Put on a happy face.


그 웃음 뒤에 어떤 마음이 있든,

길 위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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