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는 차라리 넘긴다. 그러나 예의상 하는 말들, 예의상 하는 행동. 예의상 하는 모든 것들이 갑자기 불편해지는 순간이 있다. 빈말을 못하는 나로서는 마음에도 없는 예의보다는 침묵을 택하는 편이다. 그래서 남들이 쉽게 말하는 형식적인 인사도 잘 못한다.
브런치 관심 작가 얘기를 하려 하는데 거창하게 시작했다.
최근, 하루에도 몇 개씩 신변 이야기를 올리는 관심 작가가 있다. 글도 재밌게 잘 쓴다. 마치 신난 동네 언니가 수다 떠는 느낌이랄까. 탄력 받아 구독자수도 기하급수로 늘어 천을 훌쩍 넘기더라. 역시 많이 쓰면 다르다.
열심히 쓴 성과로 전자책 같은 결과물, 혹은 다른 앱 진출 소식도 전한다. 그의 글은 그럴만하다. 재미있게 진솔하게 잘쓰니까. 그래서 어떤 글에는 댓글도 단다. 그의 글은 댓글을 부를 만큼 재밌게 잘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쓰는 댓글은 예의상 쓰는 글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작가가 내게 찾아와 댓글을 달 때가 있다. 물론, 그 글은 이미 라이킷을 오래 전에 한 글이다. 그럼에도 뒤늦게 다시 찾아와 댓글을 다는 것인데. 뭐지?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실, 댓글을 보면 글을 읽고 쓴 건지 대충 읽고 쓴 건지 브런치 작가들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본다. 그가 쓴 댓글은 대체로 매우 형식적이다. 형식적이도 상관없다. 이유아 어찌 되었건 그것도 소통과 관심이니까.
그런데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됐다. 내가 댓글 쓰면 (난 순수한 댓글이지만) 뒤늦게 찾아와 품앗이하듯 지나간 글에 댓글 하나를 쓴다. 댓글 쓴 그의 마음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자꾸 그런 식이 되자 그 작가에게만큼은 순수한 댓글 쓰기가 망설여졌다...... 내가 댓글 썼다고... 또 나한테 와서 예의상 댓글 하나 쓰는 건가...
부담스럽네..... 하고 있던 찰나
오늘 그가 쓴 새로운 글에서 확실한 이유를 알았다. 물론 하루 아침은 아니다 꾸준히 예의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을 해왔기에 ㆍ
그는 매우 예의 바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자신의 전자책과 새로운 매체 연재를 홍보하면서
자신의 글에 라이킷을 누르면 라이킷 답방을 하고 댓글을 쓰면 댓글로 답방하는 매우 예의 바른 사람이라며
자랑하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반감이 생겼다. ㆍ예의ㆍ
라이킷 까지는 상관없다. 그러나 적어도 댓글 품앗이는 아니다. 댓글 구걸하려고 댓 다는 게 아닌데
예의라는 명분으로 댓글을 쓰다니.... 그의 뒤늦은 형식 댓글엔 예의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짐작했던 바였지만 그가 발행한 글에 대놓고 '매우 예의 바른 마음'!!!!으로 한 것이니.
분명 예의가 나쁜 건 아닌데... 그가 옛다. 예의. 하고 던져준 예의바름은 어쩐지 불쾌했다. 진정성이 의심 됐기에ㆍ지속성이 아니기에ㆍ
마음엔 없지만 네가 라이킷 했으니 나도 라이킷 하나 준다. 네가 댓글 썼으니 옛다 나도 댓글 하나 주련다.
이런 예의는 구걸하지 않는다.
댓글도 구걸하지 않으니, 답방 댓글은 사양한다. 그러나 마음이 담긴 댓글은 언제든 환영한다.
오랫동안 독자로 그의 글을 재밌게 읽었으나 치솟는 인기에 힘입어 글에 취해가는 걸 보면서
구독을 해지해야 하는 고민을 해본다.
덧 . 그의 예의바름은 좋은 의도로 쓰여졌을텐데 나는 왜 반감으로 느낀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