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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소의꿈 Jun 17. 2023

일본 오염수 방류

때 아닌 소금 전쟁이다.  소금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빨리 사다 놔야 한다고 걱정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일본 오염수 방류로 몸에 안 좋은 질 나쁜 소금이 생산될 가능성이 있어 미리 사야 한다는 것이다. 국산 소금 가격 폭등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뉴스로 소금 가격 폭등을 넘어 품귀현상이다 ㆍ  평소 소금 쓸 일 없는 나로서는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살림하는 주부들 입장에서 소금은 없어서는 안 될 요리 필수품이다. 나 또한 소금을 직접 사용하진 않지만 다양한 음식으로 몸에 섭취하고 있으니 소금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아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양념 소금이야 마트에서 소포장으로 파니 가격 상승에 큰 체감이 없으나 대량 사용하는 천일염은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굵은 천일염은 생선을 절일 때도 쓰지만 주로 전통 방식의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필수 재료다. 보통 김장할 때 많이 사용하고 고추장 된장 만들 때 사용한다. 엄마는 질 좋은 소금을 써야 김장할 때 배추가 무르지 않고 좋다 하셨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얼마 전 다른 분이 주신 알타리 무를 먹지 못하고 다 버린 적이 있다. 김치라는 게 시간이 지날수록 발효가 되어 점점 더 맛있게 익어야 정상인데 알타리 무는 이상하게 무가 정말 썩어서 무른 호박처럼 밀크덩 거려 먹을 수가 없었다. 난생처음 보는 경험이었다. 소금 얘기가 나온 김에 그 얘기를 들려줬더니 다 소금이 안 좋아서 그런 거라 하셨다. 질 나쁜 소금에 절이면 음식이 제대로 작용을 못한다 하셨다. 김장할 때 젓갈을 아예 쓰지 않는 엄마기에 소금을 더 중시하는지 모른다.     


소금을 강조하실 때마다 의심하며 설마? 매번 시큰둥하고 그냥 넘겼지만 이번만큼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검색의 힘을 빌렸다. [염전에서 바람과 햇빛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천일염은 특별한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아 칼슘, 철,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다, 김치나 된장 고추장 등을 담글 때 유해성분을 제거하고 천일염속 미네랄이 음식을 무르지 않도록 도와준다]라고 되어있다. 질 좋은 소금을 강조하는 이유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2021년 4월 13일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 올여름 7월께 방류가 시작된다고 한다. 관련 업종인 수산시장의 불안감은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뉴스 보도를 봤다. 관련업종과 거리가 먼 소비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평소 비싸면 비싼 데로 사 먹으면 되지 하는 엄마임에도 소금 가격 인상만큼은 민감하게 반응하셨다. 가격보다도 오염수로 인한 염전사업이 방해받는다면 안 좋은 소금이 유통될 거라는 소문 때문이다. 엄마도 소금을 많이 사려는 이유가 가격을 떠나 오염된 소금을 먹기 싫어서라고 하셨다.     


먹거리를 중시하고 지키는 일은 사실 젊은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편의점 음식에 익숙하고

패스트푸드를 당연시하고 나물보다는 햄종류를 좋아하는데 시대 흐름에 따라가면 그뿐 그깟 소금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실 소비자가 아닌 이상 오염소금의 공포도 체감 못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음식 속 머리카락 한올에는 분노해도 보이지 않는 오염된 음식엔 너그럽다. 어쩌면 정체가 분명한 머리카락 한올이 돌고 돌아 오염수로 만들어진 오염된 음식보다 괜찮을 수 있다는 결론은 나만의 사유일지 모른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오늘의 이 불안이 별일 아닌 듯 잊히겠지만 걱정조차 안 한다면 그 또한 사회문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우리의 관심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로 나오는 객관적 시선이 항상 옳고 개인이 바라보는 주관적 시선이 항상 틀린 것은 아니다. 일부는 말한다. 일본 오염수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술잔처럼 미미하다고. 미미하다고 안전을 장담할 수 있다고 말할 순 없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긴 세월에 걸쳐 나타날 수 있기에 증명할 방법도 없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허락한 대신 우리에겐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일까.

안전은?  환경은?


 우리는 언제쯤 이런 걱정을 안 하고 살 수 있는 것일까. 비단 소금뿐 아니라 끝없이 위협받는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로지 개인의 노력 밖엔 없는 것일까.

 


참고로 30년 전 일본은 방사능 물질을 버리는 러시아에 강력 항의, 1993년 11월 런던 협약 당사 국회에서 핵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하는 결의를 한 당사국으로 현재 오염수 방류 결정은 아이러니다. 지금 일본이 방출하려는 오염수는 그 당시 러시아가 버린 양의 1400 배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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