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감바스라니. 밀가루를 먹으면 안 되는데 감바스가 먹고 싶어 하나 집어 들었다.
얼마 전부터 근무하는 재무팀 업무가 너무 힘들고 어려워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다.
힘든데 감바스가 당기다니 모를 일이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몸은 속일 수가 없는지 입술이 부르트고 감기 기운도 스멀거린다.
평소엔 다 먹던 감바스 분량을 반도 못 먹고 버렸다.
감기약 한 병을 마시고 넣어둔 전기요를 꺼내 침대에 깔고 초저녁부터 눈을 감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다 깨다를 반복하더니 업무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밤새 꿈속을 덮쳤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 생각을 멈추질 못하고 결국 아침을 맞이했다.
차라리 의식이 떠 있는 아침이 편했다.
업무를 벗어나 깨어있는 휴일 현실에 집중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평소처럼 아침을 먹고 티브이를 켰다.
여러 채널을 돌리다 낯선 영화 한 편에 시선이 끌려 채널을 고정했다.
내가 고백을 하면,
김태우와 예지원이 나오고 감독을 검색하지 않으면 홍상수표 영화인 줄 알 그런 영화.
연출이 괜찮은 그 영화를 보면서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목이 맘에 들어
타이틀을 가져온 것뿐이니 이 글과는 별 뜻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내가 꿈꾸던 영화를 보며 다시 글의 향연으로 인도했다는 사실이.
어쨌든,
인생 처음으로 어렵고 힘든 일을 만났다.
솔직히 시간이 지나도 해결될 것 같지 않은 일. 당장 낼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을 일.
돈이 필요해서 하는 일도 아닌데 쓸데없이 이상한 자존심 하나가 비집고 올라와 일 못해 그만두기에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 짜증이 났다.
과도한 업무로 멘붕이 온 어느 날
책임자한테 업무에 자신이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도대체 무슨 근거일까. 솔직히 면접을 잘 보지 못한 내가 뽑힌 것도 몹시 궁금할 뿐인데
예의상 한 말일지라도 약간의 위로가 되었다.
(내가 뽑혀서 출근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곳에 인재가 없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진심이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처럼 혹시 생각할 수 있으나 그건 전혀 아니다.
어쨌든 내가 이 일이 힘들고 어려운 문제의 본질은 전임자가 중요한 포인트를 몇 개씩 살짝살짝 속이고 감추고 빼먹으면서 잘못 알려주는 것인데 회계적으로 그걸 바로잡을 업무지식이 아직 나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신임을 받고 있는 전임자.
앞에서는 친절하게 웃고 뒤에서는 바늘 하나를 감추고 있는 무서운 느낌이랄까.
처음엔 몰랐으나 몇 가지 사건을 겪자 확신이 되고 불안이 엄습해 온 것이었다.
들켰을때도 당황하지 않는거 보면 내공이 찼다는것인데
그걸 찾기 위해 나는 실수를 해야 하고 숨겨져 있는 잘못된 1인치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닌 회계를ㆍ
나를 위해 1주나 더 연장해서 인수인계를 해주는 것이 고맙긴 한데 바늘 같은 그 찔림이 송곳처럼 날카롭게
업무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 무섭다.
이 모든 것이 잘못 이해하고 해석하고 있는 나의 오해라면 좋겠다.
쉽고 편한 일 체질인 내가 어렵고 힘든 일을 하게 되니 체질에 안 맞는다.
가늘고 길게 쉽고 편하게 이게 내 직업의 멘토인데
언제까지 이런 기분으로 다닐 수 있는 것일까. 나도 내가 궁금하다.
나의 능력과 힘으로는 도저히 이일을 못하겠습니다.
이런 고백은 언제쯤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