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세이

비극을 품은 희극

잠시 웃고 가는 것뿐

by 영점오

오늘은 요즘 내가 글을 쓴다고 하니 형이 신기했는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유익에 대하여 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인생은 비극을 품은 희극 같은 것 같다는 말이 내 입에서 툭 하고 나왔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말인데 무언가 내가 뱉어놓고서도 여운이 남았다.


우리네 삶이란 것이 울음으로 와서 누군가를 울리고 가는 사이에 잠시 웃고 가는 것일 뿐인데 그 속사정이야 어떻든 슬픔을 기쁨으로 잘 포장해서 살아가야 한다. 웃고 싶은데 울고 있는 광대를 보러오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좋은 글에 대하여는 저마다 각자의 생각이 있겠지만은 나에게는 그렇다. 그저 비극적이기만 하다면 그러지 않아도 슬픈데 더 우울해지고 또 그저 희극적이면 내 삶은 그처럼 행복하지 않은데 별로 와닿지 않는다. 겉은 유쾌하더라도 속에는 현실이 감추어져 있어야 한다. 너무도 아파서 하루는 온종일 울더라도 다음날 흔들리는 꽃을 보며 웃고마는 것이... 꼭 내 이야기를 대신 누군가가 해주는 것 같아서 참 좋다.


왕의 남자라는 영화에서 공길과 장생이 마지막에 나누는 대화를 보면 희극으로 포장한 우리의 비극이 도무지 감추어지지 않아 가슴이 저미는 이상한 위로를 준다.

"너는 죽어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냐. 양반으로 나면 좋으련?"
"아니, 싫다."
"그럼 왕으로 나면 좋으련?"
"그것도 싫다. 다시 태어나도 광대로 태어나련다!"
"이 놈! 목숨 놓고 광대짓하다 죽게 생겼으면서, 또 광대냐!"
"그러는 네 년은 다시 태어나면 무어가 되고프냐."
"나야 두말할 것 없이 광대! 광대지!"
"그래. 징한 놈의 이 세상, 한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뿐. 광대로 다시 만나 제대로 한번 맞춰보자!"


징한 놈의 이 세상, 한판 신나게 놀다 가면 그뿐이란다. 죽음을 앞두고도 다시 태어나도 광대라 말하는 부분에서 세상을 향한 우리의 슬픈웃음이 묻어난다.


그래. 어디 내가 시작한 인생이던가!


그냥 잠시 웃다 가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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