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세이

기다림의 기술

by 영점오

어떤 기다림은,
한 편의 시보다 조용하고,
한 권의 소설보다 길다.


기다림은 기술이다.
그냥 멈춰 서 있는 게 아니다.

생각을 가라앉히고,
시간의 결을 손끝으로 느끼는 일.


나는 때때로
미래의 나를 기다린다.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은 사람 냄새 나는 그런 나를.


조급함이 올라올 땐,
햇살 좋은 날의 정적을 떠올린다.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라
더 깊이 가라앉고 있는 것.


의심하고
후회하고
그래도 계속 기다리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다.


기다림 끝에 꽃이 핀다.
기다림 끝에 바람이 분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나는
도착할 것이다.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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