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에세이

밤이 오기 전에 놓쳐야 할 것들

by 영점오

저녁이 되면 마음 한 켠에 묵은 감정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어느 말에 서운했고, 어떤 일에 지쳐 있었고,
오늘도 어김없이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그리고 말 못 한 말들이 입술 끝에서 맴돌다 사라진다.

하루의 끝,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채우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운함은 이해로, 피로는 쉼으로,
허무는 의미로, 자책은 다정함으로
바꿔 놓지 않으면
그것들은 밤을 타고 깊어져,
우리의 꿈마저 눌러버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손을 뻗는다.
마음속 서랍을 하나씩 열어
‘덜어내는 기도’를 올린다.

"오늘, 내 마음속 무거운 것들이
내려놓아지게 해 주세요."

아직 밤이 오기 전이다.
놓쳐야 할 것들을 놓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게 비워진 마음 위로
별빛이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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