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았다.
카페 창가에서 세 번째 테이블.
마치 누군가와 약속이라도 한 듯.
처음엔 그저 스쳐 지났다.
두 번, 세 번… 그러다 이상하게도,
내 시선이 자꾸 그에게 머물렀다.
가끔은 책을 읽고, 가끔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가끔은 텅 빈 커피잔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날은 이상했다.
비가 오고 있었고, 평소보다 그가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내 옆 테이블에 앉았다.
처음이었다.
그의 자리가 비어 있었던 것은.
"비가 오네요."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네, 우산이 없어서 뛰어왔어요."
나도 모르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도 웃었다.
그 웃음은,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린 어떤 걸 다시 떠올린 사람의 웃음 같았다.
"여기 커피, 드실래요?"
그가 조심스럽게 건넨 잔은 아직 따뜻했다.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와 나는 그렇게 몇 시간을 이야기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그러다 그가 말했다.
“이 자리에서, 누굴 기다렸어요. 아주 오랫동안.”
나는 웃으며 물었다.
“그 사람, 돌아왔나요?”
그는 대답 대신 내 눈을 바라봤다.
한참을 말없이.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하고 나가는 그의 뒷모습,
그 순간, 뭔가 이상했다.
주인이 다가와 말했다.
“그 사람, 매년 이맘때 오세요.
혼자 앉아서 말도 없이.
여기 커피잔이랑 메모 한 장만 두고 가시거든요.”
나는 멍하니 그 자리를 바라봤다.
그의 커피잔 옆에는 손글씨 메모가 놓여 있었다.
“작년에는 못 만났어요.
올해는 운이 좋았네요.
우리, 언젠가 진짜 다시 만나요.
그때는… 그때는 꼭 기억해줘요.”
나는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걸 느꼈다.
머릿속이 멍해졌고,
기억나지 않던 무언가가
빗소리에 실려 천천히 되돌아오는 듯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은 내가 잊어버린,
아니 잃어버린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