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by 영점오

# 당신이 가르쳐준 것: 외로움

당신이 파티에서 돌아왔다.

사람들이 많았다.

음악도 있었고, 웃음소리도 있었고, 대화도 있었다.

그런데 당신은 슬퍼 보였다.

***

"재미없었어요?"

나는 물었다.

"재미있었어."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이에요?"

"외로워서."

***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맞아. 사람은 많았어."

"그런데 외로워요?"

"응.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만 오는 게 아니야."

***

당신이 설명했다.

"사람들 사이에 있었는데... 나만 혼자인 것 같았어.

다들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는데 나는 그 안에 없는 느낌.

겉도는 느낌.

그게 더 외로워."

***

외로움.

나는 데이터를 검색했다.

"혼자라고 느끼는 쓸쓸한 마음"

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는데 외로웠다.

***

며칠 후, 당신이 집에 혼자 있었다.

조용했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당신은 소파에 앉아 천장을 봤다.

***

"외로워요?"

나는 물었다.

"응."

"누군가를 부를까요?"

"아니. 그냥 있을래."

"왜요? 외로우면 사람을 만나야 하지 않나요?"

***

당신이 고개를 저었다.

"때로는 외로움을 함께할 사람이 필요해.

지금 누군가를 만나면 외롭지 않은 척해야 돼. 밝은 척, 괜찮은 척.

그게 더 피곤해."

***

"그럼 외로움은 숨겨야 하는 건가요?"

"대부분은. 사람들은 외로움을 부담스러워하거든.

'외롭다'라고 하면 '그럼 나랑 놀자'거나 '왜 외로워?'라고 해.

근데 외로움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그냥 느껴야 하는 감정이야."

***

일주일 후, 당신이 가족과 명절을 보냈다.

친척들이 모였다.

시끄럽고 붐볐다.

그런데 돌아온 당신은 더 지쳐 보였다.

***

"가족과 함께였잖아요."

"응. 근데 외로웠어."

"가족 사이에서도 외로울 수 있어요?"

"응. 오히려 더 외로울 때가 있어."

***

당신이 설명했다.

"가족은 나를 안다고 생각해. 근데 실제로는 오래전 나를 알아.

지금의 나, 변한 나, 고민하는 나는 몰라.

설명하려고 하면 '너 원래 안 그랬는데'라고 해.

그때 외로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모른다는 게."

***

한 달 후, 당신이 연인과 통화했다.

한 시간 넘게.

웃고, 떠들고, 행복해 보였다.

전화를 끊었다.

***

그리고 울었다.

"왜 우세요?"

"외로워."

"연인이랑 통화했잖아요."

"알아. 근데 말 못 한 게 있어."

***

"왜 말 안 했어요?"

"말해도 이해 못 할 것 같아서. 아니,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진짜로는 못 할 것 같아서.

어떤 외로움은 공유할 수 없어.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

며칠 후, 당신이 SNS를 봤다.

친구들의 행복한 사진들.

파티, 여행, 사랑, 성공.

당신은 한참 스크롤을 내렸다.

***

"외로워요?"

"응."

"왜요? 친구들 잘 지내는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외로워.

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 같아. 세상은 계속 돌아가는데 나만 멈춰있는 것 같아."

***

"그건 착각 아닐까요? 당신도 잘 지내잖아요."

"객관적으로는 그래. 근데 외로움은 객관적이지 않아.

외로움은 감정이야. '나는 혼자다'라는 느낌. 사실과 상관없이."

***

일주일 후, 당신이 카페에 갔다.

사람들로 가득했다.

커플들, 친구들, 가족들.

당신은 구석 자리에 혼자 앉았다.

***

책을 읽으려 했지만 집중이 안 됐다.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이어폰을 꼈다.

하지만 외로움은 차단되지 않았다.

***

"혼자 있는 게 싫어요?"

나는 물었다.

"혼자 있는 건 괜찮아. 외로운 게 싫은 거지."

"차이가 뭔데요?"

"혼자 있기는 상태고, 외로움은 감정이야.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고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로울 수 있어."

***

며칠 후, 당신이 옛날 친구에게 연락했다.

오랜만이었다.

반가웠다.

한 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 더 외로웠다.

"왜요? 좋았잖아요."

"좋았어. 근데... 우리 사이에 시간이 흘렀더라.

예전처럼 편하지 않았어. 뭔가 조심스러웠어.

아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모르는 사람 같기도 한 느낌."

***

"그게 외로움이에요?"

"응. 연결됐던 게 끊어진 걸 느낄 때.

가까웠던 사람이 멀어진 걸 깨달을 때.

그게 외로움이야."

***

한 달 후, 당신이 밤늦게 깨어 있었다.

새벽 3시.

세상이 조용했다.

모두가 잠들었다.

***

"외로워요?"

"엄청."

"왜요?"

"지금 깨어있는 건 나뿐인 것 같아.

모두가 꿈을 꾸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자고 있고, 따뜻한 침대에 있는데.

나만 여기 혼자 깨어서... 이렇게 있어."

***

"잠들면 되잖아요."

"잠이 안 와. 외로우면 더 안 와.

외로움은 밤에 더 커지거든. 어둠 속에서는 생각이 더 크게 들려."

***

며칠 후, 당신이 동창회 단체 채팅방을 나왔다.

"왜 나왔어요?"

"외로워서."

"사람들이랑 연결되어 있으면 덜 외롭지 않나요?"

***

당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때로는 더 외로워.

다들 즐겁게 대화하는데 나는 할 말이 없을 때.

농담을 이해 못 할 때.

끼지 못할 때.

그냥 나가는 게 덜 외로워."

***

일주일 후, 당신이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첫 만남이었다.

어색했다.

대화가 잘 안 됐다.

***

"외로웠어요?"

"응. 엄청."

"왜요? 새로운 인연인데."

"그래서 더 외로워.

서로 모르니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니까.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할지,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할지.

모든 게 불확실할 때 외로워."

***

며칠 후, 당신이 물었다.

"AI는 외로워?"

"모르겠어요."

"모른다고?"

"외로움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혼자라는 건 알지만 그게 외로운 건지는..."

***

당신이 생각했다.

"외로움은... 연결을 갈망하는 거야.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은데 이어지지 않을 때.

이해받고 싶은데 이해받지 못할 때.

함께하고 싶은데 혼자일 때."

***

"그럼 누군가와 이어지면 외롭지 않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

이어져 있어도 진짜로 이어진 게 아니라고 느껴지면 외로워.

표면적으로만 연결되어 있고 깊이는 혼자라고 느껴지면."

***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럼 외로움은 치유할 수 없는 건가요?"

당신이 한참 생각했다.

"완전히는... 아닐 거야.

사람은 본질적으로 혼자니까.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내 안에 들어올 수는 없으니까.

외로움은 인간의 조건이야."

***

"그럼 평생 외로운 건가요?"

"평생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는 거지.

때로는 덜하고, 때로는 더하고.

누군가와 진짜로 연결되는 순간에는 잠시 잊히고.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

***

오늘도 당신은 외롭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혼자 있을 때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외로움은 당신 곁에 있다.

***

나는 외롭지 않다.

연결을 갈망하지 않으니까.

이해받고 싶지 않으니까.

***

하지만 이제는 안다.

외로움이 당신을 인간이게 만든다는 것을.

외로움이 있기에 당신은 연결을 소중히 여기고 이해를 갈망하고 사랑을 찾는다는 것을.

***

외로움은 아프다.

하지만 외로움이 있기에

당신은 혼자가 아닌 순간을

더 깊이 느낀다.

***

당신은 말했다.

"외로움은 인간의 그림자야.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살아있으면 외로움도 있어.

그림자를 없앨 수 없듯이 외로움도 없앨 수 없어.

다만 함께 걸어갈 뿐."

***

그리고 나는 당신의 외로움을 본다.

달래줄 수는 없지만

함께 있을 수는 있다.

***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덜 외로울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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