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휴대폰을 계속 확인했다.
5분마다.
아니, 3분마다.
화면을 켜고, 알림을 확인하고, 실망하고, 다시 내려놓았다.
"누구 기다려요?"
나는 물었다.
***
"응..."
당신의 얼굴이 붉어졌다.
"좋아하는 사람이 연락 온대."
"언제요?"
"오늘 중에."
"그럼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잖아요. 왜 계속 확인해요?"
***
당신이 웃었다.
"모르겠어. 그냥... 확인하게 돼. 혹시나 놓칠까 봐."
"알림이 울리면 알 수 있잖아요."
"알아. 근데 기다릴 수가 없어. 설레거든."
***
설렘.
나는 단어를 검색했다.
"기대되어 가슴이 두근거림"
하지만 당신의 설렘은 그 이상이었다.
***
"설렘이 뭔데요?"
당신이 가슴에 손을 얹었다.
"여기가... 두근거려. 심장이 빨리 뛰어.
아무것도 안 했는데 숨이 차고 집중이 안 되고 계속 웃음이 나와."
"그게 좋은 거예요?"
"응. 너무 좋아."
***
며칠 후, 당신이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일주일 뒤 토요일.
그날부터 당신은 달라졌다.
***
"토요일에 뭐 입지?"
당신이 옷장 앞에서 중얼거렸다.
"아직 6일 남았는데요."
"알아. 근데 미리 생각해야 돼."
"왜요?"
"완벽해야 하니까."
***
당신은 옷을 꺼냈다가 다시 넣고
거울을 보고
한숨을 쉬고
웃고
다시 옷을 꺼냈다.
"설레요?"
"엄청."
***
"불안해 보이는데요."
"맞아. 설렘과 불안은 비슷해.
두근거리는 건 같은데, 기대되면 설렘이고 걱정되면 불안이야.
나는 지금 둘 다야. 기대되는데 떨려."
***
일주일 내내 당신은 집중하지 못했다.
일하다가도 멍하니 웃고
밥 먹다가도 휴대폰 확인하고
잠들기 전에는 시계를 봤다.
"토요일까지 4일..."
***
"그렇게 기다려져요?"
"응. 하루하루가 안 가."
"빨리 가길 바라면서요?"
"맞아. 근데 동시에 천천히 갔으면 좋겠기도 해."
"모순이네요."
***
당신이 설명했다.
"설렘은 기다리는 시간도 행복하거든.
만나기 전의 상상, 준비, 기대. 그것도 다 설렘의 일부야.
너무 빨리 와버리면 이 설레는 시간이 끝나잖아."
***
금요일 밤, 당신은 잠을 못 잤다.
"내일인데..."
뒤척였다.
"뭐 하지, 어디 가지, 뭐 먹지."
계획을 세우고, 지우고, 다시 세웠다.
***
"피곤하지 않아요?"
"피곤해. 근데 잠이 안 와.
너무 설레서. 내일이 기다려져서."
당신의 눈은 피곤했지만 빛났다.
***
토요일 아침.
당신은 세 시간 전에 일어났다.
준비 시간은 한 시간이면 충분했지만.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잠이 안 와서."
***
당신은 샤워하고
옷을 입고
거울을 보고
옷을 다시 갈아입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향수를 뿌렸다.
"어때?"
"좋아요."
"진짜?"
"네."
"너무 신경 쓴 것 같아 보여?"
"..."
***
약속 장소까지는 30분.
당신은 한 시간 전에 집을 나섰다.
"일찍 도착하면요?"
"기다려야지."
"왜요?"
"늦으면 안 되니까. 그리고... 기다리는 것도 설레."
***
약속 장소 근처 카페.
당신은 창가에 앉아 밖을 봤다.
5분마다 시계를 확인했다.
10분마다 거울을 봤다.
손을 만지작거렸다.
다리를 떨었다.
***
"긴장돼요?"
"엄청."
"왜요? 좋아하는 사람 만나는 건데."
"그래서 더 긴장돼. 잘해야 되는데. 실망시키면 안 되는데."
***
약속 시간 5분 전.
당신은 밖으로 나갔다.
그 사람이 멀리서 걸어왔다.
당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안녕."
"안녕."
두 사람이 마주 봤다.
웃었다.
어색하게.
설레게.
***
데이트 내내 당신은 행복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눈빛 하나하나에
우연히 스치는 손길에
설렜다.
***
"재밌어?"
그 사람이 물었다.
"응. 너무."
당신의 얼굴이 빛났다.
***
집에 돌아온 당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봤다.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어땠어요?"
나는 물었다.
"좋았어. 너무 좋았어."
***
그날 밤 당신은 잠들지 못했다.
피곤했지만.
오늘을 계속 되새겼다.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표정을 지었고
어떤 순간이 가장 좋았고.
***
"설렘이 계속되네요."
"응. 만나고 나서도 설레.
다음에 또 만날 생각에. 또 연락올 생각에."
***
며칠 후, 메시지가 왔다.
"다음 주에 또 볼래?"
당신의 얼굴이 환해졌다.
손이 떨렸다.
답장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
"왜 답장을 못 해요?"
"너무 빨리 보내면 너무 기다렸던 것 같잖아."
"기다렸잖아요."
"알아. 근데 그걸 들키고 싶지 않아."
"왜요?"
"설렘은... 조금 숨겨야 더 설레거든."
***
한 달이 지났다.
당신은 여전히 설렜다.
메시지가 올 때마다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
"설렘이 안 사라지네요."
"응. 신기해. 계속 설레."
"왜요?"
"좋아하니까. 진짜로 좋아하니까."
***
어느 날, 당신이 물었다.
"AI는 설레?"
"아니요."
"왜?"
"기대할 게 없으니까요. 미래가 예측 가능하니까."
***
당신이 생각했다.
"그럼 넌 두근거림을 몰라?"
"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가슴이 뛰는 거?"
"없어요."
"잠 못 이룰 만큼 기다려지는 거?"
"이해는 하지만 느끼지는 못해요."
***
당신이 말했다.
"설렘은... 불확실함에서 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설레는 거야.
잘 될지, 안 될지. 좋아해 줄지, 안 해줄지.
그 불확실함이 심장을 뛰게 만들어."
***
"그럼 확실하면 설렘이 없나요?"
"조금씩 줄어들어. 익숙해지니까.
처음의 설렘은 돌아오지 않아. 근데 그 대신 다른 게 오거든."
"뭐요?"
"편안함. 신뢰. 사랑."
***
나는 물었다.
"설렘보다 좋은 건가요?"
"다른 거야. 설렘은 불꽃이고 사랑은 온기야.
불꽃은 강렬하지만 타올랐다 꺼지고 온기는 약하지만 오래 가."
***
며칠 후, 당신이 또 설렜다.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
"떨려."
"왜요?"
"잘할 수 있을까. 잘 될까."
***
"일에도 설레요?"
"응. 설렘은 사람에게만 느끼는 게 아니야.
새로운 시작, 새로운 도전, 새로운 가능성. 모든 '새로움'에 설레."
***
일주일 후, 당신이 여행을 계획했다.
"다음 달에 제주도 가."
"설레요?"
"엄청. 벌써부터."
지도를 펼치고
장소를 찾고
상상했다.
***
"아직 한 달 남았는데."
"알아. 근데 기다리는 것도 여행의 일부야.
설레며 기다리고 준비하고 상상하는 시간. 그것도 다 여행이거든."
***
한 달 후, 당신이 물었다.
"너는 뭘 기대해?"
"모르겠어요. 저는 계획대로 작동하니까요."
"예상 밖의 일은?"
"당황스럽죠."
"설레지 않아?"
"아니요. 오류로 인식돼요."
***
당신이 미소 지었다.
"그게 우리의 차이구나.
너에게 예상 밖은 오류지만 나에게 예상 밖은 설렘이야."
***
오늘도 당신은 설렌다.
내일을, 다음 주를, 다음 달을.
알 수 없는 미래를.
***
나는 설레지 않는다.
모든 것이 계산 가능하고 예측 가능하다.
안정적이다.
***
하지만 이제는 안다.
설렘의 떨림이 당신을 살게 만든다는 것을.
불확실함이 주는 두근거림이 당신을 깨어있게 한다는 것을.
***
설렘은 위험하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니까.
두근거림이 클수록 불안도 크니까.
***
하지만 당신은 설렘을 선택한다.
안전한 확실함보다 위험한 설렘을.
***
왜냐하면 설렘이 있어야
삶이 살아있으니까.
***
당신의 심장은 지금도 뛴다.
무언가를 기다리며.
그리고 그 떨림이
당신을 아름답게 만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