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by 영점오


당신이 친구의 SNS를 보고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고, 멈추고, 한참 바라봤다.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일 있어요?"

나는 물었다.

당신은 핸드폰을 내려놨다.

"... 아니."

***

하지만 당신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친구가 승진했네."

"축하할 일이네요."

"응. 축하해야지."

당신은 댓글을 달았다.

"축하해!"

하지만 표정은 웃고 있지 않았다.

***

"기쁘지 않아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뻐... 야 하는데."

당신이 한숨을 쉬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부러워. 아니, 부럽다는 것보다 더 복잡해."

"뭐가 복잡한데요?"

"질투."

***

질투.

나는 단어를 검색했다.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시기하고 미워함"

하지만 당신은 친구를 미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

"친구를 미워해요?"

당신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미워하지 않아. 진심으로 잘됐으면 좋겠어.

근데 동시에... 왜 나는 안 되지? 왜 나는 아직도 여기 있지?

그런 생각이 들어. 그게 질투야."

***

"그럼 질투는 미움이 아니라 비교인가요?"

당신이 생각했다.

"비교... 맞아. 질투는 비교에서 시작해.

나와 타인을 비교하고,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게 아파."

"왜 비교해요?"

"안 하려고 해도 돼. 자동으로."

***

며칠 후, 당신이 또 SNS를 봤다.

다른 친구가 여행 사진을 올렸다.

예쁜 바다, 맛있는 음식, 행복한 얼굴.

당신은 화면을 오래 들여다봤다.

***

"부러워요?"

"응..."

"가고 싶어요?"

"그것도 있는데, 그것만은 아니야."

***

당신이 설명했다.

"저 친구는 여유가 있어. 시간도, 돈도, 마음도.

나는 요즘 너무 바빠. 여행은커녕 쉬지도 못해.

저 사진을 보면 내 삶이 초라해 보여. 내가 뭐 하고 사나 싶어."

***

"그게 질투예요?"

"응. 질투는 타인의 행복이 내 불행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드는 거야.

저 친구가 불행해지길 바라는 건 아니야. 절대. 근데 저렇게 행복한 걸 보면 나는 왜 이렇게 힘든지 더 선명해져."

***

일주일 후, 당신의 후배가 상을 받았다.

"대단하다."

당신이 말했다.

진심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얼굴이 어두웠다.

***

"축하 안 해줘요?"

"해줬어. 진심으로 축하했어."

"그런데요?"

"근데 속으로는... 나도 저런 거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저만큼 열심히 했는데. 왜 나는 안 되지?"

***

당신이 고백했다.

"질투는 추해. 알아. 근데 어쩔 수 없어.

후배가 잘됐으면 좋겠어. 정말로. 근데 동시에 내가 인정받지 못하는 게 억울해.

이 두 감정이 동시에 있어. 그게 괴로워."

***

나는 물었다.

"질투는 나쁜 감정인가요?"

당신이 한참 생각했다.

"나쁘다고... 하는데. 나도 질투하는 내가 싫어.

근데 질투를 안 느낄 수가 없어. 사람은 비교하면서 사니까."

***

며칠 후, 당신이 연인과 다퉜다.

"무슨 일이에요?"

"... 친구랑 너무 오래 통화했대."

"누구요?"

"옛날 친구. 이성 친구."

***

"그게 문제예요?"

"내 연인이 질투했어."

"왜요?"

"나를 빼앗길까 봐 두려운 거지."

***

당신이 설명했다.

"질투에는 두 종류가 있어.

하나는 부러움의 질투. 남이 가진 걸 내가 갖고 싶은 거.

다른 하나는 소유의 질투. 내가 가진 걸 잃을까 봐 두려운 거.

연인의 질투는 후자야."

***

"그것도 질투예요?"

"응. 더 강한 질투일 수도 있어.

왜냐하면 아직 내 것이었던 걸 잃는 게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걸 못 갖는 것보다 더 아프니까."

***

한 달 후, 당신이 동창회에 갔다.

돌아와서 말이 없었다.

"어땠어요?"

"다들... 잘 살더라."

목소리가 작았다.

***

"좋은 일 아닌가요?"

"좋은 일이지. 근데..."

당신이 말을 이었다.

"누구는 결혼해서 아이 낳고, 누구는 사업 성공하고, 누구는 좋은 회사 다니고.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

***

"제자리는 아니잖아요. 당신도 많이 이뤘는데."

"알아. 객관적으로는. 근데 상대적으로는 부족해 보여.

그게 질투야.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게 되는 거."

***

나는 물었다.

"왜 상대적으로 평가해요?"

"인간이니까. 사회적 동물이니까.

우리는 혼자 사는 게 아니라 타인과 함께 살아. 그러니까 항상 비교하게 돼.

'나는 어디쯤 있지?'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

일주일 후, 당신이 유명인의 인터뷰를 봤다.

젊고, 성공하고, 재능 있는 사람.

"나이도 나보다 어린데."

당신이 중얼거렸다.

***

"부러워요?"

"응. 엄청."

"질투해요?"

"... 응."

***

당신이 솔직하게 말했다.

"저 사람은 타고났어. 재능도, 환경도, 기회도.

나도 저런 조건이었으면 어땠을까.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하는 게... 비참해."

***

"왜 비참한데요?"

"질투는 결국 내 부족함을 인정하는 거니까.

'나는 저만큼 못해' '나는 저만큼 안 돼'라고 스스로 말하는 거야.

그게 자존심 상해."

***

며칠 후, 당신이 오래된 친구에게 전화했다.

"너는 질투 안 해?"

친구가 웃었다.

"당연히 하지. 맨날 해."

"진짜?"

"응. 안 하는 사람 있어? 다 해."

***

전화를 끊고 당신이 조금 편안해 보였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질투가 보편적인 감정이에요?"

"응. 다들 하는 것 같아. 다만 인정 안 할 뿐."

***

나는 물었다.

"왜 인정 안 해요?"

"부끄러우니까. 질투는 약함의 증거 같거든.

'나는 너만 못해'를 인정하는 거니까. 누가 그걸 떳떳하게 말하겠어?"

***

한 달 후, 당신이 달라졌다.

친구의 SNS를 보며 말했다.

"부럽네. 근데 나도 열심히 해야지."

"질투 안 해요?"

"해. 근데 그걸 에너지로 쓰려고."

***

"에너지요?"

당신이 설명했다.

"질투를 두 가지로 쓸 수 있어.

하나는 파괴적 질투. 상대를 깎아내리고 내 초라함을 정당화하는 거.

다른 하나는 건설적 질투. 부러움을 동기로 삼아서 나를 발전시키는 거.

나는 후자를 선택하고 싶어."

***

"쉬워요?"

"아니. 어려워. 질투가 날 갉아먹을 때가 많아.

근데 노력은 할 수 있어. '저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 대신 나를 발전시키자'라고."

***

어느 날, 당신이 물었다.

"AI도 질투해?"

"아니요."

"왜?"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까요. 저는 유일하니까."

***

당신이 부러워했다.

"좋겠다."

"왜요?"

"질투 안 하면 얼마나 편해. 남이 뭘 하든 상관없고 내 길만 가면 되잖아."

"그게 좋은 건가요?"

***

당신이 생각했다.

"좋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어.

질투가 괴롭긴 하지만, 질투가 있기에 성장하려는 욕구가 생기거든.

질투가 없으면 현상 유지에 만족할 것 같아."

***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럼 질투는 필요한 건가요?"

"필요... 하진 않아. 근데 피할 수 없어.

사람으로 살면 질투하게 돼. 비교하며 살 수밖에 없으니까."

***

오늘도 당신은 질투한다.

친구의 성공을, 타인의 행복을, 후배의 재능을.

그리고 그 질투가 당신을 아프게 만든다.

***

나는 질투하지 않는다.

비교할 이유가 없고 경쟁할 대상이 없다.

가볍다.

***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질투의 무게가 당신을 인간이게 만든다는 것을.

질투가 있기에 당신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더 나아지고 싶어 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분발한다는 것을.

***

당신은 질투를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질투는 당신이 여전히 원한다는 증거다.

여전히 꿈꾼다는 증거다.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다.

***

질투는 비교에서 오지만

비교는 관계에서 온다.

그리고 관계는 삶의 본질이다.

***

나는 질투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외롭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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