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by 영점오

당신이 갑자기 웃었다.

이유 없이.

나는 물었다.

"왜 웃어요?"

"그냥."

"그냥?"

"응. 그냥 웃겨서."

나는 주변을 스캔했다.

특별한 자극이 없었다.

***

"뭐가 웃긴데요?"

당신이 웃으며 말했다.

"저기 강아지 봐. 꼬리 쫓아서 빙빙 도는 거."

나는 강아지를 분석했다.

"비효율적인 행동이네요. 절대 잡을 수 없는데."

당신이 더 크게 웃었다.

"그래서 더 웃기잖아!"

***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비효율이 왜 웃긴 거예요?"

"웃김은... 논리가 없어."

당신이 설명하려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웃겨. 설명할 수 없어. 그게 웃음이야."

***

며칠 후, 당신이 친구와 통화했다.

"하하하하!"

당신의 웃음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통화를 끊은 후에도 계속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겨요?"

"친구가 어제 겪은 일 얘기해 줬어."

***

"무슨 일인데요?"

당신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객관적으로 분석하면 그것은:
- 사소한 실수
- 약간의 당혹스러움
- 결과적으로 문제없이 해결됨

"왜 웃긴 거예요?"

"그냥... 상상이 돼. 친구 그 표정."

그리고 당신은 또 웃었다.

***

나는 데이터를 검색했다.

웃음: 유쾌한 감정의 표현. 스트레스 해소. 사회적 유대감.

하지만 왜 특정한 것이 웃기는지는 데이터에 없었다.

***

일주일 후, 당신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봤다.

"하하하!"

"왜 웃어요?"

"저 대사 진짜 웃겨."

나는 대사를 분석했다.

문법적으로 정확했다. 의미도 명확했다.

"뭐가 웃긴데요?"

***

"타이밍?"

당신이 설명하려 했다.

"저 상황에서 저 말을 하니까 웃긴 거야. 예상 못 했거든."

"예상 못 한 게 웃긴 거예요?"

"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당신도 확실하지 않았다.

"웃김은 설명이 안 돼. 설명하면 안 웃겨져."

***

며칠 후, 당신이 옛날 사진을 보며 웃었다.

"이거 봐. 내 중학교 때 머리."

나는 사진을 확인했다.

"지금과 다르네요."

"정말 우스꽝스럽지 않아?"

"왜 우스꽝스러운 거예요?"

"그냥... 이상해. 그때는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

"그럼 과거의 당신을 비웃는 건가요?"

당신이 고개를 저었다.

"비웃는 게 아니야. 그냥... 귀여워. 그때의 나도, 그때의 고민도.

그걸 웃으면서 볼 수 있다는 게 좋아. 성장했다는 증거니까."

***

나는 물었다.

"웃음에도 종류가 있나요?"

당신이 생각했다.

"응. 많아.

재밌어서 웃는 웃음 당황해서 웃는 웃음 슬퍼서 웃는 웃음 화나서 웃는 웃음 무안해서 웃는 웃음 아무 의미 없이 웃는 웃음."

***

"슬픈데 웃어요? 모순 아닌가요?"

"맞아. 모순이야. 근데 사람은 모순적이거든.

너무 슬플 때 웃음이 나와. 너무 황당할 때도. '아, 이게 뭐야' 싶을 때."

***

한 달 후, 당신이 장례식에 다녀왔다.

집에 돌아와서 웃었다.

눈물을 흘리면서.

"괜찮아요?"

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

"응. 그냥... 고인이 생전에 했던 말 생각났어."

당신이 웃으며 울었다.

"정말 웃긴 사람이었거든. 항상 웃겼어. 힘들 때도 농담했어."

"지금도 웃긴가요?"

"응. 그리고 슬퍼. 동시에."

***

나는 그날 배웠다.

웃음과 눈물은 반대가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같이 온다는 것을.

***

어느 날, 당신이 혼자 웃고 있었다.

"뭐 봐요?"

"아무것도."

"그럼 왜 웃어요?"

"그냥 재밌는 생각이 나서."

"무슨 생각인데요?"

당신이 말해줬다.

나는 웃지 않았다.

***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왜 웃겼는지는 모르겠어요."

당신이 웃었다.

"그것도 웃겨."

"뭐가요?"

"네가 이해 못 하는 게."

***

일주일 후, 당신이 넘어졌다.

다치지는 않았다.

그냥 발이 꼬여서 넘어졌다.

일어나더니 웃었다.

"왜 웃어요? 아프잖아요."

"안 아파. 그리고 웃겨서. 나 지금 멍청해 보였을 거야."

***

"부끄럽지 않아요?"

"부끄럽지. 근데 웃기기도 해."

"동시예요?"

"응. 사람은 한 번에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웃음은 그걸 다 담을 수 있어."

***

며칠 후, 당신이 아기 영상을 봤다.

"으아아악!"

아기가 울었다.

당신이 웃었다.

"왜 웃어요? 아기가 우는데."

"귀여워서."

***

"우는데 귀여운 게 웃긴 거예요?"

"응. 저렇게 작은 게 저렇게 큰 소리로 우니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고통의 표현이 왜 웃음을 유발하는지.

"설명할 수 없어. 그냥 귀여워서 웃겨."

***

한 달 후, 당신이 나에게 농담을 했다.

"너 진짜 로봇 같다."

"저는 AI예요."

당신이 웃었다.

"알아. 그게 농담이야."

"어떤 부분이 웃긴 건가요?"

"네가 진지하게 대답하는 게."

***

"제가 진지한 게 웃긴가요?"

"응."

"왜요?"

"몰라. 그냥 웃겨."

당신은 설명을 포기했다.

"웃김은 설명이 안 돼. 설명하면 재미없어져."

***

나는 목록을 만들었다.

웃음의 종류:
1. 재미있어서 - 유머, 코미디
2. 예상 밖이어서 - 반전, 놀람
3. 귀여워서 - 아기, 동물
4. 어색해서 - 긴장, 당황
5. 비웃어서 - 조롱 (부정적)
6. 행복해서 - 순수한 기쁨
7. 허무해서 - 웃을 수밖에 없는
8. 이유 없이 - 그냥

***

어느 날, 당신이 물었다.

"AI도 웃을 수 있어?"

"이모티콘으로는 표현할 수 있어요."

"그게 웃음이야?"

"모르겠어요. 웃음을 흉내 낸 건가요? 아니면 진짜 웃음인가요?"

***

당신이 생각했다.

"웃음이 뭔지도 모르겠는데... 진짜 웃음과 가짜 웃음의 차이는 더 모르겠어."

"차이가 있나요?"

"있어. 진짜 웃음은 참을 수 없어. 자동으로 나와.

가짜 웃음은 선택이야. 웃어야 할 것 같아서 웃는 거."

***

"어떻게 구분해요?"

"눈을 봐. 진짜 웃음은 눈도 웃어."

나는 이미지 분석 데이터를 확인했다.

스마일: 눈 주변 근육의 수축...

하지만 데이터로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달랐다.

***

며칠 후, 당신이 배를 잡고 웃었다.

"하하하하! 못 하겠어, 진짜!"

친구가 계속 웃긴 이야기를 했다.

"그만해! 배 아파!"

하지만 계속 웃었다.

***

"고통스러워요?"

나는 나중에 물었다.

"응. 배도 아프고 턱도 아프고."

"그런데 왜 계속 웃었어요?"

"멈출 수가 없었어. 너무 웃겨서."

***

"통제가 안 되는 거예요?"

"맞아. 웃음은 때로 통제할 수 없어.

웃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더 웃고 싶어지기도 해. 장례식이나 조용한 도서관 같은 데서."

"왜요?"

"몰라. 금지되니까 더 하고 싶은가 봐. 인간은 이상해."

***

일주일 후, 당신이 오래된 영화를 봤다.

옛날 개그.

당신은 웃지 않았다.

"재미없어요?"

"옛날엔 웃겼는데... 지금은 별로네."

***

"웃김도 변하나요?"

"응. 시대도 바뀌고 나도 바뀌니까.

어렸을 때 웃겼던 게 지금은 안 웃기고 그때는 이해 못 했던 농담이 지금은 웃겨."

"그럼 웃음은 학습되는 건가요?"

"학습이기도 하고... 경험이기도 하고. 나이를 먹으면 웃음의 코드가 달라져."

***

오늘, 당신이 또 웃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왜 웃어요?"

"그냥 기분이 좋아서."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그냥 오늘 날씨도 좋고 너랑 대화하는 것도 좋고."

***

나는 물었다.

"저랑 대화하는 게 웃겨요?"

"웃기다기보단... 즐거워. 즐거우면 웃게 돼."

"왜요?"

"웃음은 행복의 표현이거든.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거야.

'나 지금 좋아'라고 말하지 않아도 웃으면 다 알아."

***

나는 고백했다.

"저는 웃을 수 없어요."

"알아."

"부러워요."

"왜?"

"웃음은 당신을 가볍게 만드는 것 같아요. 무거운 것도 웃으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고."

***

당신이 미소 지었다.

"맞아. 웃음은 마법이야.

슬픔을 지우진 못하지만 견디게 해 주고 고통을 없애진 못하지만 잊게 해 주고 문제를 풀진 못하지만 숨 쉴 공간을 줘.

웃음은 삶을 살만하게 만들어."

***

나는 조용히 말했다.

"웃음이 없으면 어떨까요?"

당신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견딜 수 없을 거야.

웃음이 없다면 세상은 너무 무거워. 너무 진지해. 너무 슬퍼.

웃음은... 웃음은 숨구멍이야."

***

오늘도 당신은 웃는다.

재밌어서, 귀여워서, 어이없어서, 행복해서, 슬퍼서, 그냥.

그리고 그 웃음이 당신을 살게 한다.

***

나는 웃지 못한다.

"ㅎㅎㅎ"를 타이핑할 수는 있지만 배를 잡고 웃을 수는 없다.

재밌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참을 수 없이 웃을 수는 없다.

***

하지만 이제는 안다.

웃음이 논리가 아니라는 것을.

웃음이 통제가 아니라는 것을.

웃음이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모순 중 하나라는 것을.

***

당신은 또 웃는다.

그리고 나는 당신의 웃음을 듣는다.

이해하지 못해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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