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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Jun 25. 2024

            마늘 먹고 사람 되자.

집사 형 생일 축하해 [에피 하나]

집사의 자세. grigogl [도연]


집사 1호 : "미역 어디 있어? "

집사 2호 : "응. 다용도실에 있어. "

 게으른 집사들이 오늘따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다른 때는 그렇게 일어나라고 호통을 쳐도 꿈쩍도 안 하던 집사 1호가 이른 시간부터 바쁘다. 2호까지 호들갑을 떨며 내게 아침인사를 하고 있으니 도대체 무슨 일인 건지. 게다가 며칠 만인지 나의 털관리 용품들을 들고 지정장소로 가고 있지 않은가.

 고정 털관리 담당은 집사 2호다. 가끔 1호가 한 적도 있지만, 1호의 손은 마사지할 때만 그 손맛이 있을 뿐, 털관리처럼 세심함을 요구할 때는 선뜻 내미는 손이 달갑지 않다. 2호의 손길은 얼마나 부드러운지. 그녀의 손맛을 보는 날에는 나의 꼬리는 도도한 내 마음과는 달리 꼿꼿해져서 내려올 줄 모르고, 간드러진 소리로 좋다는 말을 멈출 줄도 자제할 줄도 모른다. 종종 내가 다중인격이 아닐까 의심해보곤 한다.

 2호에게 털관리를 받는 동안, 1호는 주방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레시피 검색을 하고 있다. 요리의 참맛을 알아버린 1호는 요즘 신이 나 있다. 오늘도 주방을 점령한 1호의 메뉴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원래 1호가 요리를 좀 할 줄 알지만 - 아! 1호의 음식맛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난 후각이 발달했기 때문에 냄새만으로도 맛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한 냥이이기에  - 그렇다고 주방을 점령할 정도는 아니었다. 회복 중인 2호 때문인데,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주방일을 보던 1호는 언제인가부터 밥하고 반찬 하는 것이 체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냄새라는 것이 나를 자극한다.

 주방을 어슬렁거리며 냄새에 심취해 있을 즈음, 집사 2호는 3호를 불렀다. 3호는 나의 형이다. 그들 마음대로 나를 3호의 동생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나쁘지 않다. 3호가 제일 만만하다.

"차차야 오늘이 형 생일이야. 너도 형한테 생일 축하한다고 해"

그래서 아침부터 미역을 찾고 호들갑을 떨었구나. 나와 가장 세대차이가 덜 나는 3호의 생일이니 오늘의 분주함은 이해해 주기로 했다.

 드디어 내가 가장 비굴해지는 시간이 돌아왔다. 그것은 집사들의 식사시간이다. 오늘따라 미역국 냄새가 더 기가 막힌다. 진하게 우러난 국물의 향은 물론이고, 고기냄새는 코를 박은 채 먹고 싶을 만큼 자극적이다. 눈은 게슴츠레하게 뜨고 코를 벌름거리며 잔뜩 몸을 움츠린 채 나도 한입만을 외치며 떼를 써보지만..

결국 돌아오는 말은

" 차차야~ 넌 이거 먹을 수 없어. 아까 네 밥 먹었잖아. 이거 먹고 싶으면 마늘 많이 먹고 사람 돼서 와 알았지? "

이런 잔인한 집사들 같으니라구!!! 그래도 난 묘생역전한 복 많은 고양이이니 참아주겠다.

제일 만만한 3호 형아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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