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 2호는 비를 맞고 있다. 아무리 우산을 썼더라도 이런 날 굳이..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일까.
지붕을 치고 내려오는 빗소리에 자꾸 잠이 깼다. 어제같이 햇살이 창을 넘어 들어왔다면 벌써 꿀 같은 낮잠을 잤을 텐데 단잠에 빠지기는 이미 틀렸다. 그러다 보니 밖에서 어기적 어기적 걷고 있는 집사 2호가 자꾸 눈에 띈다. 같은 코스로 몇 바퀴를 돌고 있는 그녀는 신고 있는 운동화가 젖었는지 신발을 벗어 양말을 확인하곤 했다. 손과 어깨로 초록우산을 받쳐 들고 멈추었다 가기를 반복하는 그녀를 들어오라고 불렀지만, 언어의 장벽을 넘기에는 서로의 종이 달랐으며, 유리문의 성능은 너무 좋았다.
몇 시간 전 집사 1호는 마당에 무언가를 묻고 있었고, 2호는 그 옆에서 뭐라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다. 묘생을 살면서 가장 참기 힘든 건 호기심이다. 호기심은 묘생에서 죽을 수도 있는 가장 치명적인 유혹이다. 하지만 영역을 벗어날 수 없는 극한 삶을 살고 있기에 일단 가만히 구경만 할 뿐. 여전히 집사 2호는 걷고 있다. 풀 속을 들여다보는가 하면 한동안 꽃 앞에서 넋을 놓고 있다. 아까 1호와 무언가를 묻어놓은 앞에서는 사뭇 진지하다. 무얼까.....
집사 2호가 저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도 요즘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면 무리는 아니지만, 감기라도 걸려 집사 1호가 더 고달파지면 안 될 일이다. 1호가 내 끼니까지 챙기는 건 정말 소중하기 때문이다. 나의 고민에도 아랑곳없이 초록우산을 들고 초록만 보고 있는 그녀를 이해할 수밖에. 퍼붓는 빗속에서도 그리 좋은 걸까.
아무튼, 아까 땅에 묻은 게 뭐냐고. 비가 그치면 나가서 파볼 궁리를 해야겠다.
그런데..... 어떻게 나가지....? 지금은 잠이 쏟아지므로, 한숨 자고 나서 생각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