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아삭하기도
질기기도
부드럽기도
이런 저런 맛 버무린
날 것인 듯, 날 것 아닌
야채샐러드 같기도.
삶은..
둥글지만
퍽퍽한 달걀.
삶은..
곱게 갈아 만든 죽처럼
목넘김이 좋은.
삶은..
심심하기도
적당히 까끌거리기도,
면포에서 방금 꺼내 놓은
뽀얀 리코타 치즈의 신선함으로.
삶은..
몸서리치게 신 레몬,
설탕으로 달래주는
달달하고 상큼한 레몬청일 수도.
서두르다가
레몬씨 빼는 걸 잊는다면
설탕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배어 나오는 쓴 맛을
감출 수 없는,
좀 느긋하고 순하게
마주하고픈 삶은..
풀기 힘든 열두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