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유튜브 저작권 침해 신고를 했다.

우리 가족사진을 무단 도용한 쇼츠 조회수가 무려 210만 회였다!

by 그림크림쌤

'배달 음식의 충격적인 실체ㄷㄷ'

유튜브(Youtube)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쇼츠(Shorts) 제목이었다. '우리 집 배달 음식 많이 시키는 거 어떻게 알았지?' 내심 찔린다. 출근할 땐 그렇다 쳐도, 휴직한 이후에도 비슷해 민망하다. 호기심이 생겨 무심코 클릭한다. 시작 13초,

내가 잘못 봤나?


앞으로 살짝 되돌려 보길 여러 차례. 우리 가족사진이 갑자기 튀어나온다. '정말 우리 가족사진 맞잖아!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너무 놀라 심장이 덜컥 내려앉더니, 미친 듯 뛰기 시작한다.

도용당했던 사진 원본. 서명을 넣는 습관이 생겼다.


그 사진은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이었다.

그날 역시 새벽에 울며 깬 아기 티라노를 재우다 너무 힘들어 남편과 바통터치 한 상황이었다. 남편은 피곤했는지 아기 티라노를 안은 채 침대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아기 티라노 씨는 말똥말똥 잘 생각을 안 한다. 너무 힘들고 남편도 안쓰러워 사진을 찍었다. 15년 후, 난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어 08화 밤마다 잘 안 자고 울던 아기, 알고 보니 ADHD였다.라는 글에 이 사진을 사용했다. 이 글은 다음(daum)에 며칠 동안 노출된 적이 있었다. H 채널 운영자는 다음 메인을 통해 사진을 가져간 것이 분명했다.


좌-다음 메인에 노출된 글, 우-쇼츠에 무단 도용된 사진


문제는 이 사진을 쉽게 고른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었다.

생후 29개월까지 매일 밤 깨서 울어 젖혔던 티라노에 대한 글을 쉽게 쓴 게 아니었다. 예전에 써놓은 글임에도 꼬박 3~4시간이나 걸려 수정했다.

게다가 어울리는 사진을 고르는 것도 몇 날 며칠 꼬박이었다.
독자들이 진실성과 감동을 함께 느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만큼 시간이 걸렸다.


내 스마트폰과 노트북뿐 아니라, 아기 때 사진들을 저장해 두었던 외장하드와 CD들까지 전부 다 찾아보며 심사숙고해 골랐다. H 채널 운영자는 내 사진을 '캡처 후 저장하여 삽입'하는 데 과연 몇 분이나 걸렸을까? 어이가 없었다. 더 열받는 건 조회수였다. 이 쇼츠는 H 채널의 '조회수가 터진' 동영상이었다. 210만 회가 넘어서고 있었다.


영상을 보다 보니 합리적 의심이 밀려온다.

H 채널의 모든 영상은 사진들이 빠르게 지나가며 내레이션 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 1분짜리 쇼츠에 사용된 아기 사진만 해도 수십 장이었다.

사용 허락을 내게만 안 받은 걸까?


'브런치 스토리-제안하기'로 접근하면 사용 허락을 받기가 어렵지도 않았다. 일일이 모든 사진마다 사용 허락 메일을 보내고, 회신을 받기가 단지 번거로웠던 걸까. '에이, 설마 사진 당사자가 이 영상을 보겠어?'라고 쉽게 생각한 걸까. 합리적 의심이 몰려온다.


유튜브에 신고했더니 그제야 연락이 부랴부랴 온다.

유튜브에 저작권 침해 신고를 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번개같이 나에게 삭제 요청 이메일을 2개나 보낸다. 거기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네이버 블로그에 쓴 글도 찾아내어 댓글까지 달렸다. 3방향 접근을 본 순간 심장이 또다시 내려앉는다. '내 이메일과 브런치스토리, 게다가 네이버 블로그까지. 어떻게 알았지? 유튜브 측에서 설마 신고자 신상까지 알려준 건가?'

보복하면 어쩌지? 그냥 신고 철회해 주어야 하나?

이런 걸 두고 신상 털렸다고 하는구나 싶다.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며 또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H 채널 운영자가 보내온 이메일 2개와 블로그에 달린 댓글


2개의 이메일을 열었더니, 첫 줄부터 어이가 없다.

이메일로 보내 놓고, '메일로도 연락드렸지만'이란다. '브런치스토리를 통해서도 연락드렸지만'으로 바꾸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브런치스토리 제안하기로 보낸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쓴 게 틀림없었다. 기분이 더욱 나빠진다. 심지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그렇다 쳐도, 엔터 치는 성의조차 발휘하지도 않아 읽는 것도 힘들다.

이렇게 무성의한 사과는 태어나 처음이다.


이런 사과를 받아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내게 온 '첫 브런치스토리 제안'이 유튜브 저작권 신고 철회 요청이라 더 화가 난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후, 무언가 제안이 오기를 꿈꾸어 왔다. 이런 제안을 상상해 온 건 아니었다.


사과는 대충 해 놓고선 욕심은 크다.

저작권 경고가 들어가면 조회수에 불이익이 크단다. 게다가 교육 이수까지 해야 하니, 신고 철회를 해달란다. 퇴직하고 유튜브가 주업인데 이제 막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며, 감성팔이까지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편집을 외부에서 하기에 미처 몰랐단다. 책임은 어쨌든 채널 운영자에게 있거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기까지 한다. 어쨌든 사과했으니 되었다 싶었던 걸까? 유튜브 불이익이 걱정돼 이성적 사고가 어려웠던 걸까.

본인이 제작한 영상 조회수 하락은 걱정되면서,
남의 저작물에 대한 소중함은 모른다.

내로남불이 여기 있었구나 싶다.


사진 사용 허락 때나 이렇게 할 것이지, 대조되는 적극적인 모습에 더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저작권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있었다면, 저작물 사용 허락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 아닌가?' 싶었다. 퇴직까지 하고 매달려 만든 본인의 영상들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이 만든 창작물도 소중한 법이거늘... 참 돈 쉽게 버는구나. 저작권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갖추지 않은 크리에이터가 구독자는 왜 이렇게 많고, 조회수는 어찌나 높은지.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싶다.


정중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블로그에 대댓글을 달았다. 화가 난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신고 철회는 하지 않을 것이며, 한 번만 더 위협을 느낀다면 어떻게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화위복이 되어 저작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훌륭한 크리에이터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로 마무리했다. 다행히 받아들였는지 연락은 더는 없었다.


찾아보니 그 H 채널은 여전히 활발히 운영 중이다. 물론, 1초에 한 장씩 사진이 계속 바뀌며 목소리를 입히는 방식도 여전하다. 이제는 원저작자에게 사용 허락을 받고 올리는 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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